자기양자에서 음향양자로의 변환 및 음향양자의 스핀 발견
From magnon to phonon conversion & Detection of phonon spin
자성 절연체 (magnetic insulator)에서 가장 관심을 가지는 입자는 자기양자 (magnon, 마그논) 과 음향양자 (phonon, 포논) 이다. 또한 자성 절연체 내에서는 두 준입자 (quasi-particle) 가 상호작용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모두가 인정하고 있다. 특히 이 상호작용으로 포논을 마그논으로 (꽤나 효과적으로) 변환시키는 실험들이 이 논문 이전에 보고가 된 바가 있다 [Nat. Mater. 10, 737 (2011); Phys. Rev. Lett. 108, 176601 (2012)]. 또한 꽤나 예전부터 마그논-포논 상호작용으로 생기는 원형 편광된 (circularly polarized) 포논의 존재가 이론적으로 예측이 되었었는데, [Phys. Rev. 110, 836 (1958)] 그 존재에 대해서는 아직 실험적으로 밝혀진 바가 없었다. 이 논문은 두가지 의의가 있는데, “마그논을 포논으로 변환시켰고, 이때 포논의 편광이 원형 편광이더라.” 이다.
논문을 이해하기 위해 학부 양자역학 시간에 배운 것을 몇가지 리마인드를 할 필요가 있다. 에너지가 같은 두 상태 간에 상호작용이 있다면, 에너지 구조는 어떻게 될까? 아래 그림을 참고해보자.
(a) 는 두 원자가 거리가 가까워지면서 전자구름간의 겹침이 생길 때, 에너지 레벨이 두가지로 갈라지는 것을 나타낸 것이다. (물리화학이 익숙한 사람들은 LCAO (Linear Combination of Atomic Orbitals) 를 떠올리면 되겠다.) 즉 에너지가 같은 두 상태가 상호작용을 하면 두 에너지 레벨이 차이를 가지며 벌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마그논과 포논에 대해서도 정확히 같은 이야기를 할 수 있다. (b)
다음은 우리가 슈뢰딩거 방정식 H(λ)|ψ> =E(λ)|ψ> 의 해를 알고 있다고 가정하고, λ 를 시간에 따라 아주 천천히 변화시키고 있다고 생각하자. 이때 바닥 상태 (ground state) 의 시간에 따른 변화는 어떻게 될까? 양자역학 교과서에 나오는 Adiabatic approximation 을 참고하면 다음 그림과 같다.
답은 간단하다. λ 에 따라 바뀌는 바닥 상태를 그대로 따라간다는 것이다. 이 두가지를 가지고 아래 상황을 분석해보자.
먼저 자기장을 바꾸면 마그논의 에너지가 바뀐다. 당연한 것이, 마그논은 자화 상태가 요동치는 것을 말하는데, 자기장이 (자화 방향으로) 세지면 이러한 요동을 만들어 내는 것이 어려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기장에 따라 변하는 아래 포논과 마그논의 분산 관계 (dispersion relation) 을 생각해보자.
특정 주파수의 마그논이 자기장이 강한 상태에서 생겼다고 가정하자. (왼쪽 그림) 이때 자기장이 아주 천천히 작아지면 어떻게 될까? 마그논의 분산 관계 그래프가 점점 내려와서 포논의 분산 관계 그래프와 만나게 되고 (가운데 그림), 갈라진 에너지 상태를 따라갈 것이다. 그렇게 되면 포논으로 마그논이 변환된다. (마지막 그림)
본 논문에서는 이러한 상황을 샘플 양 옆에 네오디뮴 자석을 붙임으로써 구현해냈다. 또한 마그논이 포논으로 바뀌게 되면 전파 속도가 빨라지는데 (속도는 분산 관계 그래프의 기울기이다.) 이러한 속도 측정을 이론과 비교해 마그논이 포논으로 바뀌었다는 것을 알아내었다.
포논의 편광은 브릴루앙 광산란 (Brillouin Light Scattering, BLS) 분광법을 통해 측정이 되었다. 간단하게 BLS 분광법을 설명하면 광자를 시료에 넣고, 산란되어 나온 광자의 에너지가 변한 정도를 측정하는 방법이다. 이때 광자의 에너지가 증가했으면 (에너지 보존에 따라) 포논 혹은 마그논을 없앤 것이고 (Anti-Stokes) 광자의 에너지가 감소했으면 포논 혹은 마그논을 만들어 낸 것이다. (Stokes) 충돌 과정에는 에너지, 운동량 뿐만 아니라 각운동량도 보존이 되어야 하는데, 만일 각운동량을 가진 마그논이나 포논을 없었다면 (혹은 만들어 냈다면) 산란되어 나온 광자가 해당 각운동량을 가지고 있어야할 것이다. 즉 선편광이 된 광자가 산란 후에는 원편광이 되어 나온다는 것이다. 이렇게 산란된 빛을 편광판에 통과시킬 수가 있는데, 산란된 광자가 원편광이 되어 있으면 편광판의 각도에 무관하게 측정이 될 것이다.
실제 연구진들이 포논이 산란된 광자를 분석해봤더니, 원편광이 되어있었다. 즉 산란된 포논은 원편광이 되어있었던 것이다. 이를 통해 저자들은 마그논-포논 상호작용으로 만들어진 포논은 원형 편광되어 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논문을 읽으면서 ‘네오디뮴 자석을 저기다가 붙이고 실험을 할 수가 있다고?’ 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측정의 왕도는 멀고도 험하고, 한층 겸손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 한가지 생각해볼 점은 다른 방법으로 마그논을 포논으로 바꿀 수는 없을까? 이다. 또한 포논이 스핀을 가지고 어느 정도까지 멀리갈 수 있는지 측정을 하는 것도 이쪽 동네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부분이다. [Phys. Rep. 885, 1 (2020)]
작성 이근희
E-mail : ghlee0001@kaist.ac.kr
참석자(ZOOM seminar): 박민규, 원운재, 박재현, 이택현, 김현규, 박지호, 이근희, 유무진, 송무준, 양지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