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search

반강자성 스핀트로닉스

Antiferromagnetic Spintronics

 

전자의 스핀이 물질의 자기적인 성질을 결정한다는 사실이 잘 알려져 있다. 이 때, 이웃한 스핀들이 잘 정렬되어 있는 물질을 자성체라고 부르며, 이러한 자성체는 크게 강자성체(ferromagnet), 반강자성체(antiferromagnet), 페리자성체(ferrimagnet)로 나뉜다. 그림 1에서 보는 것과 같이 강자성체는 이웃한 스핀들이 평행하게 정렬된 물질, 반강자성체는 이웃한 스핀들이 반평행하게 정렬되어 있는 물질을 말한다. 페리자성체는 반강자성체와 같이 이웃한 스핀들이 반평행하게 정렬되어 있으나, 그 크기가 달라서 전체적으로 알짜 자화가 존재하는 물질을 일컫는다.


Figure 1. 자성체 종류에 따른 스핀상태의 개략도


스핀트로닉스라는 분야는 전자의 전하뿐만이 아니라 스핀을 제어하고 이용하고자 하는 분야로, 필연적으로 자성체가 그 대상이 되어 왔다. 기존의 스핀트로닉스 연구의 대부분은 강자성체가 그 대상이었는데, 그 이유는 외부 자기장으로 쉽게 제어할 수 있고, 따라서 그 특성을 밝히기가 용이하기 때문이었다. 지난 30여년간의 연구를 통해 강자성체 내부의 전자 스핀과 관련된 새로운 많은 현상들이 밝혀졌고, 이를 응용한 메모리 소자도 실용화되어 (예: 하드디스크, MRAM-magnetic random access memory), 스핀트로닉스 연구는 지속적으로 인류의 발전에 공헌해 왔다. 그런데 최근에 들어 이러한 스핀트로닉스의 연구 조류가 서서히 바뀌고 있는데, 그것은 바로 대상 물질을 강자성체에서 반강자성체로 바꾸고자 하는 것이다.


왜 반강자성체인가?

사실 자연에 존재하는 자성체의 대부분은 반강자성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강자성체는 스핀트로닉스의 주류 연구에서 벗어나 있었다.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반강자성체의 알짜 자화가 0이라서 외부자기장에 반응하지 않기 때문이다. 즉, 외부에서 제어하기도 어렵고, 외부에서 관찰하기도 어려운 것이 바로 반강자성체이다. 이러한 이유로, 기존의 연구에서는 반강자성체 자체를 연구의 대상으로 삼지 못했고, 강자성체의 자화를 고정시키는 교환바이어스(exchange bias)를 주기 위한 수동적 소자 정도로만 사용되어 왔다 [1,2]. 그러나 최근에 들어 이러한 반강자성체 연구가 스핀트로닉스 연구의 주류로 떠오르고 있다. 그 이유는 바로, ‘드디어 반강자성체를 제어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냈기 때문’이다.

반강자성체를 제어하고 이를 이용한 연구를 소개하기 전에, 도대체 왜 반강자성체를 연구하려고 하는지 설명하는 것이 좋겠다. 단순히 ‘기존에 연구가 되어 있지 않아서’라는 이유도 있지만, 사람들이 반강자성체에 열광하는 이유는 그것이 기존의 강자성체보다 훨씬 뛰어난 성질을 보일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다음에서 반강자성체의 장점에 대해 소개해 보고자 한다.


빠른 동작

스핀의 동작속도는 일반적으로 자기공명(magnetic resonance)으로 대표된다. 자기공명이란 외부에서 자기장을 걸어주었을 때 스핀이 세차운동 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기존의 강자성체는 기가헤르츠 (1 GHz = 109 Hz)대역에서 자기공명이 일어난다. 그러나 물질을 반강자성체로 바꾸게 되면 자기공명이 테라헤르츠 (1 THz = 1012 Hz)대역으로 증가한다. 즉, 강자성체보다 훨씬 빨리 동작하는 소자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반강자성체가 가지는 대표적인 장점이다.

그런데 왜 반강자성체의 자화 동작속도는 그렇게 빠른 것일까? 그 물리적인 근원은 자성체 내부 시스템의 에너지에 기인한다. 그림 2에서 보는 것과 같이, 외부에서 토크를 한 방향으로 가하게 되면, 강자성체의 스핀은 평행을 유지한 채로 기울게 되지만, 반강자성체의 경우 이웃한 스핀들 사이에 비틀림이 발생한다. 이러한 비틀림은 시스템의 교환 에너지 (exchange energy)의 증가를 유발한다. 이에 반해서, 강자성체의 경우 교환 에너지의 변화는 없고, 자기이방성에너지(magnetic anisotropy energy)가 바뀔 뿐이다. 일반적으로 교환에너지는 자기이방성에너지에 비해 월등히 크고, 따라서 물질 내부의 자화 동역학의 시간 스케일도 그에 비례해서 증가하게 되는 것이다.


Figure 2. 강자성체와 반강자성체에 토크가 가해졌을 때의 변화



자기장 둔감성

반강자성체의 연구가 제한되어 있던 가장 큰 이유는 자기장에 반응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를 거꾸로 생각해보면, 반강자성체는 외부 자기장의 요동에 의해서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다. 사실, 기존의 강자성체로 만들어진 자성 메모리 소자의 단점 중 하나는, 외부 자기장에 쉽게 반응한다는 것이었다 (영화를 보면 경찰이 들이닥쳤을 때 메모리를 지우기 위해서 해커가 강한 자석으로 컴퓨터의 하드디스크를 스캔하는 장면을 자주 볼 수 있다). 따라서 우리가 반강자성체를 제어할 수 있고, 이를 이용하여 메모리를 만들 수 있다면, 외부 자기장의 요동에 반응하지 않는 궁극적으로 안정한 메모리를 만들 수 있다. 이러한 자기장 둔감성은 강자성체가 가지지 못하는, 반강자성체의 큰 장점 중의 하나이다.


원자 스케일 메모리 가능성

강자성체는 표면에 같은 자극이 모이면서 stray field가 발생한다 (그림 3). 이러한 stray field는 이웃한 자화에 영향을 주는데, 소자의 크기가 작아질수록 이 영향은 점점 커지게 된다. 따라서, 소자의 크기를 줄이고, 집적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이러한 stray field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반강자성체는 원자 단위에서 스핀의 배열이 반평행하므로, 강자성체에서 나타나는 stray field가 발생하지 않는다 (그림 11). 따라서 반강자성체는 stray field에 영향을 주지도 받지도 않으며, 소자의 크기를 원자 수준으로 줄여도 안정하게 존재하는 메모리를 만들 수도 있다. 실제, 원자 스케일의 반강자성체 스핀배열은 스핀 편광 주사 터널 현미경으로 측정된 바 있다 [3].


Figure 3. 자성체에서 발생하는 stray field의 개략도



스핀 동역학의 단순성

자성체 내부에서 스핀의 방향이 연속적으로 변하면 다양한 스핀 구조가 나타나게 되는데, 자구벽(magnetic domain wall), 자기 소용돌이(magnetic vortex), 자기 스커미온(magnetic skyrmion) 등이 그 예가 될 수 있다. 이러한 스핀 구조의 운동을 분석하고 이용한다면 새로운 메모리 소자가 될 수 있으므로[4-6], 전 세계적으로 많은 연구자가 스핀 구조의 운동 분석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의하면, 스핀 구조가 이동할 때는 복잡한 이동경로를 나타낸다 [7-10]. 그 이유는 선형운동과 회전운동이 결합된 gyrotropic motion을 하기 때문인데, 더욱 근본적인 원인은 시스템에 각운동량(angular momentum)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반강자성체는 물질 전체로 보면 각운동량이 0이 되는 물질이므로, gryotropic motion이 사라지게 된다. 즉, 스핀 구조가 이동할 때 단순한 선형 운동만이 나타나게 된다[11]. 이러한 결과는 그 분석의 단순성뿐만 아니라, 스핀 구조를 이용한 메모리 소자 응용의 관점에서도 장점이라 할 수 있다.


반강자성체의 제어 및 측정

앞서 설명한 것과 같이, 반강자성체는 강자성체에 비해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자기장에 반응하지 않는 반강자성체를 도대체 어떻게 제어하고, 어떻게 측정하는가”이다. 전통적으로 반강자성체 연구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이 문제가, 최근에 들어 해결책이 하나 둘 등장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고 있다. 아래에 이러한 결과를 소개하고자 한다.

자성체의 특성을 측정하는 방법은 다양한데, 강자성체에서 주로 사용되었던 방법은 크게 전기적 측정과 광학적 측정으로 나눌 수 있다. 전기적 측정은 자성체의 저항을 다양한 환경에서 측정해서, 자성체 내부의 스핀 특성을 알아내는 방법인데, 강자성체에서 나타나는 일반적인 자기저항, 이를테면 이방성 자기저항 (anisotropic magnetoresistance)[12], 비정상 홀효과(anomalous Hall effect)[13] 등을 측정하는 방법이다. 이러한 자기저항 이외에도, 소자의 크기가 작아져 나노소자가 되었을 때 새로운 자기저항이 나타나는데, 거대자기저항 (giant magnetoresistance)[14,15], 터널자기저항 (tunnel magnetoresistance)[16,17], 스핀홀자기저항(spin Hall magnetoresistance)[18], 단방향자기저항(unidirectional magnetoresistance)[19] 등이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새로운 자기저항의 발견은 강자성체 스핀트로닉스를 획기적으로 발전시키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러한 전기적 측정에 반해, 광학적 측정은 빛(혹은 전자기파)을 이용하여 자성체를 직접 관찰하는 방법인데, 주로 광자기 커효과(Magneto optical Kerr effect)[20]나 자기원형이색성효과(Magnetic circular dichroism)[21] 등을 이용한 방법이 사용되었다. 이러한 광학적 측정법에 의해 다양한 스핀구조를 직접 관찰하는 것이 가능하게 되었고, 스핀트로닉스 연구는 비약적으로 발전하였다.

강자성체에서의 이러한 다양한 측정법에 비해, 반강자성체에서는 이러한 측정법이 잘 통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위에 언급한 현상들이 물질의 자화에 의존함에 반해, 반강자성체에서는 물질의 알짜 자화가 0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특별한 상황이 아니라면, 기존의 접근으로는 반강자성체를 측정하거나 제어하기가 어려웠다. 이러한 연유로, 기존의 반강자성체 연구에서는 중성자 산란법이 주로 사용되었는데, 이 방법은 큰 덩어리 시료(bulk sample)에서만 통용되는 방법이므로, 최근 등장하고 있는 나노소자를 측정하기에 용이하지 않다는 문제가 있었다.

그러던 중 최근에 들어서면서 반강자성체에서도 자기저항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밝혀지기 시작했다. 반강자성체를 이용하여 터널접합을 만들면 거대한 터널링이방성자기저항(tunneling anisotropic magnetoresistance)이 나타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22]. 또한 온도 제어를 통해서 반강자성 FeRh의 Neel vector를 바꿈으로써 반강자성체에서도 이방성자기저항이 존재함을 보였으며[23,24], 반강자성체에 중금속을 접합함으로써, 강자성체보다 큰 스핀홀자기저항이 나타난다는 사실도 보고되었다[25]. 이러한 결과들은 반강자성체에서도 자기저항이 존재하고, 그 크기가 강자성체를 넘어설 가능성도 있음을 의미한다. 이제 전기적 방법을 이용하여 반강자성체를 탐구할 수 있게 되었음을 암시한다.

물질에 전류를 흘리면, 저항을 측정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전류 자체가 자성체의 자화를 제어할 수도 있다. 이런 현상을 스핀토크 현상이라고 하는데, 최근 스핀토크를 이용하여 반강자성체를 제어하고자 하는 시도가 있었다. 대표적인 결과는 Jungwirth그룹에서 보고한 것으로, 반강자성 CuMnAs에서의 전류에 의한 자화역전현상을 관찰한 것이다[26]. 이 보고에서 저자들은 상대론적 효과를 바탕으로 스핀 궤도 토크를 이용하여 반강자성체 자화를 제어하는데 성공하였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물질 내부에 대칭성이 깨진 구조가 존재하고, 이러한 구조 속에서 전자가 이동하게 되면, 상대론적인 효과에 의해서 유효 자기장을 느끼며, 이러한 유효자기장이 반강자성체 내부의 스핀을 제어하는 것이다.


반강자성체의 자화 동역학

반강자성체에서의 스핀수송 (spin transport)현상이 활발히 연구되었음에 반해, 반강자성체 자화의 동역학에 대한 연구는 지지부진하였다. 그 이유는 앞서도 설명하였듯이, 반강자성체의 자화 움직임을 관측하는 것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수 년간 몇 가지 획기적 방법이 보고되면서, 반강자성체의 자화 동역학 분야도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고 있다.

Kampfrath 와 그의 동료들은 강한 테라헤르츠파를 이용하여 반강자성체의 자화를 여기시키고, 반강자성체 스핀의 움직임을 처음으로 측정했다[27]. 전자기파의 자기장 성분이 0.1T이상인 강한 테라헤르츠파를 주입하여 반강자성체의 스핀을 여기시키면 그림 2에서와 같이 반평행 스핀 배열이 순간적으로 비틀려 알짜 자화가 생성되고, 이렇게 순간적으로 생성되는 알짜 자화를 기존의 광자기 커효과로 측정하였다. 이 방법을 이용하여 Kampfrath는 반강자성체 NiO의 자기공명주파수가 1THz에 있고, 또한 그 동역학을 조절할 수도 있음을 밝혔다. 광학적 방법 이외에도, 전기적으로(예를 들면 스핀토크현상으로) 테라헤르츠 영역의 자기공명을 일으켜 측정하고자 하는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으나, 현재까지 시뮬레이션 결과만 있을 뿐 명확한 실험결과는 없는 실정이다[28].

위에서 설명한 반강자성체의 자기공명 실험 이외에도, 자구벽의 이동과 같은 자화 동역학 연구도 시작되고 있다. 고려대 이경진 교수, 카이스트 박병국 교수 공동 연구팀은 시뮬레이션을 이용하여 반강자성체의 자구벽 이동을 조사하였고, 그 결과 반강자성체에서는 자구벽이 아주 빠른 속도로 움직이며 최대 속도가 수 km/s에 이를 수 있다고 보고하였다[29]. 또한 빠르게 움직이는 자구벽은 테라헤르츠 영역의 스핀파를 방출한다는 사실도 밝혀내면서, 실험적인 증명이 기대되고 있다.

시뮬레이션뿐만 아니라 실험적으로도 반강자성체적 자구벽 이동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연구 결과는 IBM의 S. Parkin 그룹에서 보고한 인공 반강자성체(synthetic antiferromagnet)에서의 자구벽 이동 보고이다[30]. 인공 반강자성체는 강자성체 사이에 비자성 금속을 삽입하여, 강자성체들 사이에 반평행 교환결합을 일으킨 물질로서, 물리적으로는 RKKY 상호작용이 그 근원이 된다[31]. 이러한 인공 반강자성체는 원자 단위의 반강자성체는 아니지만, 나노미터 수준의 격자 스케일을 가지는 반강자성체가 될 수 있다. 인공 반강자성체의 장점은 두 강자성체의 두께를 조절함으로서, 강자성체에서 점진적으로 반강자성체와 같은 상태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두 강자성체가 동일할 때 정확한 반강자성체가 된다). Parkin 그룹에서 인공 반강자성체의 자구벽 이동을 조사한 결과, 반강자성체에 접근할수록 (두 자성체의 자화가 상쇄될수록) 자구벽의 이동속도가 급격히 빨라지는 것을 관측하였다. 이는 이전 시뮬레이션에서 보인 것과 같이 반강자성체에서 자구벽의 이동속도가 실제로 빨라지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인공 반강자성체에서는 완전한 반강자성체적 운동을 얻는 데는 실패하였다. 그 이유는, 두 강자성체가 완전히 상쇄되어 반강자성체가 되면, 자화가 0이 되어서 외부에서 측정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즉, 여전히 반강자성체를 관측하지 못하는 문제가 실험 연구의 발목을 잡고 있었다.

일견 불가능해보이는 이 문제가 지난해에 해결되어 반강자성체 연구는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카이스트 김갑진교수와 고려대 이경진 교수 공동연구팀은 페리자성체를 이용하여 완벽한 반강자성체적 스핀동역학을 구현하였다[11]. 페리자성체는 그림 1에서 보인 것과 같이 두 이웃하는 스핀 모멘트의 크기가 달라 전체적으로는 알짜자화가 있는 물질이다.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페리자성체는 전이금속과 희토류 금속의 합금으로, 두 물질을 혼합하게 되면, 각각의 자화는 반대방향을 향하고, 두 자화의 크기가 다르게 된다. 이러한 전이금속-희토류 합금 페리자성체는 특이한 특성을 가지는데, 그것은 바로 자화보상점(magnetization compensation temperature)과 각운동량보상점(angular momentum compensation temperature)을 가진다는 것이다. 더욱 재미있는 것은 두 보상점이 다른 온도에 위치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질의 자화와 각운동량의 비례계수인 g-factor가 두 원소에서 다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동역학을 결정하는 것은 각운동량이므로, 페리자성체의 각운동량보상점에서는 완벽한 반강자성체적 운동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놀라운 것은, 각운동량보상점에서 알짜자화가 0이 아니므로, 외부자기장에 의해 제어도 되고 관측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사실에 착안하여, 카이스트와 고려대 공동연구팀은 GdFeCo 합금에서 자구벽 이동을 조사하였고, 각운동량보상점에서 자구벽이 완벽한 반강자성체적 운동을 보이는 것을 관찰하였다. 이 결과는 기존에 연구자들을 괴롭히던 반강자성체의 ‘관측’과 ‘제어’의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반강자성체 스핀트로닉스 연구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맺음말

앞서 설명한 것과 같이, 최근에 들어서면서 스핀트로닉스 연구의 조류가 변하고 있고, 반강자성체의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일으킨 동기는 반강자성체를 제어하고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냈기 때문인데, 그 방법은 기존의 많은 물리학자들이 간과하고 있었던 상대론적 효과나 보상점 물리에 기인하고 있다. 또한, 앞서 설명한 스핀수송현상(spin transport)나 스핀 동역학(spin dynamics)뿐만 아니라, 반강자성체를 이용한 스핀 열전현상이나, 에너지 하베스팅 등의 연구도 이루어지고 있다[32]. 더 나아가, 반강자성체 소자를 실용화한 연구도 보고되고 있는 실정이다[33]. 궁금한 독자는 최근에 보고되는 리뷰 논문들을 참고하기 바란다[34-37].

전세계적으로 활발히 연구되고 있지만, 여전히 반강자성체 스핀트로닉스는 시작단계에 있으며, 해결해야 할 일도 많다. 그 중 하나는 반강자성체를 광학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다. 광학적으로 반강자성체의 Neel vector를 측정하거나[38], 페리자성체의 원소를 선택적으로 관측하는 방법이 보고되고 있지만[39], 일반적인 반강자성체에 확장하기 위해서는 더 명확한 이론과 실험 기술이 요구된다. 앞으로 주요 연구 무대가 될 반강자성체 스핀트로닉스는 이제 막 시작하는 분야이므로, 어렵지 않게 선도 연구를 할 수 있는 분야이다. 따라서 국내의 많은 연구자들이 이 분야의 선도적인 연구를 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상기 내용은 Journal of the Korean Magnetics Society 28(2), 75-91 (2018)의 일부 내용을 발췌한 것입니다.


Refer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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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핀트로닉스와 관련된
몇 가지 발견에 관하여

 

물질의 성질을 결정하는 것은 물질 속에 존재하는 전자이므로, 물질의 전자 구조에 대한 연구가 오랜 기간 지속되어 왔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듯이 전자는 전하와 스핀을 가지고 있으며, 전하는 물질의 전기적인 성질, 스핀은 물질의 자기적인 성질을 결정한다. 그렇다면, 전자가 움직이면 어떤 현상이 벌어질까? 전하의 흐름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전류로 나타나며, 전자기학의 기본법칙으로 전개된다. 그런데 스핀의 흐름은? 이러한 단순한 질문에 답하는 분야가 바로 “스핀트로닉스(Spintronics)”이다.

생각해보면, 전하의 흐름을 생각했을 때 이미 사람들은 스핀의 흐름이 존재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이제서야 스핀의 흐름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일까? 그 이유는 물질 내에서 스핀은 아주 짧은 길이밖에 이동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즉, 스핀은 금방 그 정보를 잃어버린다 (정확히 말하면, 물질 내에서 전자가 산란되면서 스핀의 방향이 무작위로 바뀌게 된다). 스핀의 정보가 보존되지 않으므로, 스핀의 흐름을 정의하는 것 자체가 어렵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 들어 나노 기술의 발전으로 스핀이 사라지는 길이보다 짧은 소자를 만드는 것이 가능해졌고, 이것이 바로 스핀트로닉스가 태동하게 된 이유이다. 이 글에서는 스핀트로닉스의 태동과 더불어 발견된 몇 가지 현상들에 대하여 학부생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에서 설명해보고자 한다.

20세기 후반에 들어서면서 사람들은 드디어 원자 수준의 아주 얇은 막 (Ultrathin film)을 쌓을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기술은 곧 새로운 과학적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데, 이 때 발견된 가장 흥미로운 현상이 바로 “두 막 사이의 거리에 따라서 물질 내부 전자 스핀의 배열 방향이 바뀌는” 현상이었다. 그림 1과 같이, 두 막 사이의 거리가 점점 멀어짐에 따라 두 막의 자화방향(즉, 스핀의 방향)이 평행과 반평행을 반복적으로 선호하는 현상이 발견되었다. 이는 물리적으로 RKKY 상호작용이라고 하는 것이 원인이 되는데, 그 구체적인 설명은 하지 않기로 한다(궁금하면 찾아보시라). 재미있는 것은 이러한 새로운 현상이 나타났을 때, 과학자들의 반응이다. 일반적인 과학자는 “오! 그래? 그럼 다른 물질에서는 이 현상이 어떻게 나타날까? 혹시 상호작용이 더 강하게 나타나는 물질은 없을까?” 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그것이 그 현상의 근원을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는 주기율표의 원소를 훑기 시작한다.


그림 1. 두 자성층 사이의 거리(d)에 따라서 스핀의 배열구조가 바뀌는 현상. RKKY 상호작용이 그 원인이 된다.

 

이러한 조류 속에서 두 명의 물리학자(이름을 얘기해 두는 것이 좋겠다. Albert Fert 와 Peter Grünberg다) 는 조금 다른 생각을 하게 된다. “두 막의 스핀 방향이 평행이 되었다가 반평행이 되었다가 한단 말이지? 그렇다면 여기다가 전류를 흘리면 두 상태에서 저항이 어떻게 바뀔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누구나 생각할 수 있지만,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전류를 흘리면?” 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그 결과, 스핀이 평행인 경우는 저항이 아주 작고, 반평행인 경우에는 저항이 아주 커지는 거대자기저항효과(GMR: Giant Magnetoresistance)가 발견된다[1,2]. 그림 2에서 보는 것과 같이, 두 막의 스핀이 평행한 경우, 전자가 잘 통과하고(저항이 작고), 두 스핀이 반평행인 경우 전자가 산란되어 잘 통과하지 못하는(저항이 커지는) 현상이 바로 거대자기저항효과이다. 즉, 드디어 전자의 흐름에서 스핀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깨우치게 되었다. 이게 1988년, 서울 올림픽이 열리던 해의 일이다.


그림 2. 거대자기저항효과 (Giant magnetoresistance). 두 자성층이 평행할 때 전자가 잘 통과하여 낮은 저항상태가 되고, 두 자성층이 반평행하게 되면 전자가 산란되어 높은 저항상태가 된다.

 

이렇게 GMR이라는 새로운 발견이 등장하였다. 그 후 과학자들의 반응은 역시 “오! 그래? 그럼 막을 더 잘 만들면, 혹은 다른 물질을 선택하면 저항차이가 더 커지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고, 시료 제작에 시간과 정성을 쏟거나 주기율표를 훑기 시작한다. 그러나 또 다른 물리학자는 단순하지만, 아주 혁신적인 생각을 하게 된다. “물질의 자성 상태가 전자의 흐름에 영향을 준다면, 전자의 흐름도 물질의 자성 상태에 영향을 주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뉴턴의 3법칙 (작용과 반작용)과 같은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야 하는 것을 예측한 것이다[3]. IMF사태가 터지기 직전인 1996년의 일이다.


그림 3. 스핀 전달토크(spin transfer torque). 자성층의 스핀(파란색 화살표)과 평행하지 않은 전도전자 스핀(빨간색 화살표)이 주입되었을 경우, 전도전자 스핀은 자성층 스핀방향을 향하고, 자성층의 스핀은 반작용으로 전도전자 스핀 방향을 향한다. 즉, 스핀을 주입하면 자성층의 자화 방향을 제어할 수 있다.

 

이를 증명하기 위한 실험들이 곧 착수되었고, 그 예측이 맞다는 증거가 속속 발견이 된다. 그림 3에 나타낸 것과 같이, 자성층의 스핀(파란색 화살표)과 다른 방향의 전도전자 스핀(빨간색 화살표)을 주입하였을 때, 전도전자 스핀은 자성층의 스핀 방향을 향하고, 그 반작용으로 자성층의 스핀이 돌아가는 현상, 즉 스핀을 주입함으로써 자성층 스핀의 방향을 조절할 수 있다는 현상이 실험적으로 증명된 것이다[4]. 이것을 스핀 전달 토크 (spin transfer torque)라고 한다. 이러한 발견에 과학자들은 흥분하게 된다. 왜냐하면, 이전까지 자성체는 외부에서 자기장을 걸어야만 제어할 수 있었는데, 전류를 흘림으로써 제어를 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자기전자소자에 자석을 넣을 필요가 없어짐을 의미한 것이다. 신이 난 과학자들은 다양한 물질에서 이 현상을 탐구하게 된다. 또한 다양한 스핀 구조에 전류를 흘려서 제어하는 기쁨을 맛보게 된다. 이이제이(以夷制夷)라고 하였던가. 이제는 자기장이 필요 없이, 스핀으로 스핀을 제어하는 시대에 접어들게 된 것이다. 그런데, 여전히 문제가 좀 있었다. 물질에 순수한 스핀을 주입하고 싶은데, 그 순수한 스핀을 어떻게 만드냐는 것이다. 이전까지는 강자성 물질(Ferromagnet)에 전류를 흘림으로써, 스핀분극 (spin polarized)된 전류를 주입하는 것이 주요 방법이었다. 이 방법을 이용하면, 일반적으로 60~70%의 분극된 스핀을 얻을 수 있다. 그럼 100% 분극된(즉, 모든 스핀이 한 방향으로만 향해있는) 스핀을 얻을 수는 없는 것일까? 그러면 더 효과적으로 자성체를 제어할 수 있을 텐데 말이다.


그림 4. (a) 전하(electrical charge)가 이동할 때 주변에 발생하는 자기장 (b) 자하(magnetic monopole)가 이동할 때 주변에 발생하는 전기장의 개략도. (c) 자기 쌍극자 모멘트(N-S의 쌍)가 이동할 때의 전기장 개략도. (d) 스핀(N과 S의 거리가 무한히 작아진 상태)이 이동할 때 나타나는 전기장.

 

한국에 KTX가 개통되던 2004년, 스핀홀(Spin Hall effect) 현상이 실험적으로 증명되면서 이 문제를 해결해 주었다[5]. 스핀홀 현상의 메커니즘은 여러 가지가 있고 상당히 복잡하지만, 여기서는 학부생이 이해할 수 있도록 대칭성을 바탕으로 그 현상을 설명해보고자 한다. 전하의 움직임은 전류를 만들어내며, 전류가 흐르는 도선의 주위에서는 자기장이 발생함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림 4(a)). 자 그렇다면, 전하가 아니라 스핀이 움직이면 어떻게 되는지 한번 보자. 논의의 편의를 위해 자하(magnetic monopole)가 존재한다고 생각하고, 이 자하가 움직여간다고 생각해보자. 전하의 흐름이 주위에 자기장을 만들어낸다면, 자하의 흐름은 주위에 전기장을 만들어내야 할 것이다 (그림 4(b)). 그런데, 이 세상에는 자하 혼자 존재할 수 없고, 자기모멘트라는 것은 N과 S의 쌍이므로, 고전적인 자기모멘트의 흐름은 자하쌍의 흐름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림 4(c)). 그리고, N과 S사이의 거리가 무한히 가까워지면, 그림 4(d)와 같이 진행 방향에 수직한 전기장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즉, 스핀을 가진 전자가 흐르게 되면, 반드시 그 수직방향으로 전기장을 받아서 휘게 된다. 물론, 스핀의 방향이 반대라면 그 휘는 방향도 반대가 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스핀 홀 현상이다. 이러한 스핀홀 현상이 등장하면서, 물질의 양 표면에 한 방향의 스핀만이 존재하는 상황이 펼쳐지고, 이는 곧 표면에 존재하는 전자는 100% 스핀 편극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그림 5). 이제 남은 일은 물질 표면에 다른 자성체를 붙여서, 100% 스핀 편극된 스핀 전류를 주입하여 자성체를 제어하는 것이다.


그림 5. 스핀홀 현상에 의해서 반대방향의 스핀은 반대방향으로 굽게 된다. 그 결과, 양쪽의 표면에는 오직 한 방향의 스핀만이 존재하게 된다 (100% 스핀 분극된 상태).

 

사실 스핀 홀 현상은 또 다른 큰 의미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스핀을 전기적 측정의 영역으로 끌어들였다” 는 것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측정하는 것은 전압이나 전류이지, 스핀이 아니다(전압계, 전류계는 들어봤어도, 스핀계(?)는 못 들어봤을 것이다). 그럼 스핀을 어떻게 측정할 수 있을까? 스핀홀 현상이 이것을 가능하게 하였다. 어떤 물질에 만일 한 방향의 스핀이 존재한다고 하면, 그 스핀이 이동할 때는 스핀홀 현상에 의해서 옆으로 휘게 되고, 이는 곧 전위차로 나타나게 된다. 즉, 홀 전압을 측정함으로써, 스핀의 존재를 알아낼 수 있는 것이다.

스핀홀 현상의 등장과 함께 과학자들은 더욱 신이 나게 된다. “스핀 홀 현상이 엄청나게 큰 물질은 없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실제로 스핀홀 현상이 엄청나게 커지는 물질이 발견되었고, 처음 발견 시에 스핀홀 계수가 0.0001 정도이던 크기가, 현재 0.1이상 (무려 1000배나 커졌다)이 가능한 물질도 발견되었다. 이는 곧, 응용 가능한 수준이 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렇게 연구가 전개되던 중, 2007년 드디어 Albert Fert 와 Peter Grünberg가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다 (앞에서 설명한 GMR의 발견이 그 공로이다). 이는 스핀트로닉스 연구가 인류의 번영에 직접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 사건이라고 할 수 있겠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지금 “스핀의 흐름”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다. 세상에 존재하는 어떠한 흐름이라는 것은 등방성이 깨어졌을 때 일어난다. 구름이 왜 흘러가며, 강물은 왜 흘러가는가? 압력의 차이가 있고, 에너지의 차이가 발생했기 때문이 아닌가? 자 그렇다면 이런 생각은 어떤가? “막대의 한쪽은 뜨겁게, 다른 한쪽은 차갑게 한다면?” 이러한 상황은 이미 100년도 전에 사람들이 답을 구해두었다. 정답은, “전류가 흐른다” 이다. 전자는 어느 방향으로든 갈 수 있지만, 뜨거운 곳과 차가운 곳은 운동에너지가 다르므로, 전자는 평균적으로 뜨거운 곳에서 차가운 곳으로 이동하게 된다. 이런걸 Seebeck effect라고 한다. 자, 이쯤 되면 여러분은 내가 무슨 질문을 하고자 하는지 알 것이다. “물체의 양단을 뜨겁고 차갑게 하였을 때, 스핀의 흐름은 어떻게 되는가?”


그림 6. Spin seebeck effect. 물체의 양단에 온도차이를 주었을 때, 특정 스핀이 모이는 현상.

 

이러한 단순한 질문을 2008년 게이오 대학의 학부 4학년 학생이 하였고, 곧 실험에 착수하였다. 그리고 곧 발견을 하게 된다. “뜨거운 곳에 up spin이 많이 모인다면, 차가운 곳에는 down spin이 많이 모이더라”(그림 6). 이러한 현상을 “spin seebeck effect”라고 명명하였다[6]. 그 구체적인 메커니즘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쟁 중이나(궁금하면 찾아보고, 찾아도 안 나오면 나를 찾아오시라), 실험적으로 이러한 사실이 일어나는 것은 틀림없다. 이제는 자기장, 전류뿐만 아니라, 열도 스핀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이후 일반적인 과학자들이 취한 자세는 역시 “다른 물질에서는? spin seebeck effect가 엄청 커지게 할 수 없을까?”이다. 즉, 새로 발견된 현상을 더욱더 심도있게 연구하는 것이다.


그림 7. (a) up domain과 down domain, 그리고 그 사이에 자구벽(domain wall)이 존재할 때 생성가능한 자구벽의 스핀 방향. 왼쪽의 경우를 Bloch wall, 오른쪽의 경우를 Néel wall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자, 얘기의 흐름을 좀 바꿔서 이번에는 자성체 내부의 스핀 구조를 한번 들여다 보자. 자성체 내부에서 스핀은 다양한 구조를 만들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바로, 자구벽 (magnetic domain wall)이다. 물질 내부에서는 특정한 방향을 향하고 있는 스핀 덩어리(자구)가 존재하는데, 그 덩어리 사이의 경계가 바로 자구벽이다. 그림 7에서 자구벽을 나타내었다. 왼쪽 부분은 up spin (+z방향), 오른쪽 부분은 down spin(-z방향)이다. 그렇다면 그 경계의 스핀이 가질 수 있는 방향은 두 가지가 있다. x혹은 y방향이 그것이다. 여러분이 그림 7을 보았을 때, 스핀이 어느 방향으로 향하는 것이 안정해 보이는가? 당연히 y방향이다. 왜냐하면, 좁은 채널에서 스핀이 x방향으로 향해있으면, 반발력이 상당히 크기 때문이다 (그림에서 +,-로 표현한 것은 magnetic charge로써, 반발력의 원인이 된다). 따라서, y방향이 에너지적으로 안정하다. 비록 작아서 보이지는 않지만, 우리는 물리적 직관력으로 “스핀은 y방향을 선호한다” 라고 주장할 수 있다. 모두가 그렇게 생각했고, 동의했다. 그런데 2013년, 그게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 증명되었다.

MIT와 IBM의 연구진은 자구벽의 스핀 방향이 x방향이라는 것을 증명하였고, 이렇게 x방향을 향하게 하는 메커니즘은 interfacial Dzyaloshinskii-Moriya interaction (줄여서, i-DMI)이라고 발표하였다(i-DMI가 궁금한 사람은 구글에 검색해보라. 구글신은 모든 걸 알고 있으니까) [7,8]. 사실 필자도 당시 같은 실험 결과를 가지고 있었으나, 기존의 이론에 너무 강하게 붙잡힌 나머지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는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필자는 당연히 스핀은 y방향을 선호한다고 생각하고, 이를 바탕으로 결과를 해석하려고 애를 썼지, 스핀이 x방향을 향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땅을 치고 후회해봐야 지나간 일은 지나간 일이다. 앞으로 또 그런 기회가 온다면, 그 때는 놓치지 않으면 되는거다.

마지막으로 고전적인 관점에서 스핀을 바라봤을 때 어떤 현상이 생기는지 생각해보자. 우리가 지금 얘기하고 있는 스핀은 전자의 각운동량에 그 원인이 있다. 각운동량이라는 것이 물체의 회전과 관계 있음을 생각한다면, 스핀과 물체의 회전은 당연히 연관되어 있어야 함을 추측할 수 있으리라. 이러한 예측은 이미 100년 전에 있었고, Einstein-de Haas effect로 알려져 있다. 그들이 한 실험은, 실에 매달린 물체에 자기장을 가하면 (즉, 스핀을 정렬시키면), 물체가 회전한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그 역도 성립해야 하지 않는가? 물체를 회전시키면 스핀이 정렬되어야 하지 않는가? 이것을 실험적으로 증명하고자 하는 시도가 최근에 있었으나, 회전하는 물체의 스핀을 측정하는 문제가 쉽지 않았다. 그러던 중, 액체가 튜브 속을 흐르면 가장자리에 와류가 생겨야 한다는 사실에 착안해서, 금속 액체인 수은을 흘려서 와류에 의해 발생하는 스핀을 측정하는데 성공하게 된다[9]. 이게 바로 2016년, 작년의 일이다. 이제 사람들은 본격적으로 액체의 스핀에 대해서 고민을 하게 될 지도 모른다.

이제 여러분은 스핀트로닉스와 관련된 몇 가지 발견과 그에 따른 연구가 어떻게 진행되어 왔는지 이해할 것이다. 그 과정을 보면, 새로운 발견을 하는 과학자가 있고, 그 발견을 따라가서 심도있게 연구하는 과학자가 있다. 어떠한 과학자가 더 나은 과학자라고 정의할 수는 없으나, 나는 여러분이 새로운 발견을 하는 과학자가 되길 바란다. 내가 아는 선에서 팁을 하나 주자면 다음과 같다. 우리가 지금까지 한 것은 자기장, 전류, 열 등이 스핀에 가해졌을 때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결과이다. 그런데 세상에는 그것 외에도 많은 것이 있다. 빛? 소리? 압력? 이러한 것들이 스핀에 가해졌을 때, 그 스핀은 어떤 반응을 나타낼까? 나는 아직 모르지만, 여러분은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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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K.-S. Ryu, et al. Nat. Nanotechnol. 8, 527 (2013).

[9] R. Takahashi et al. Nat. Phys. 12, 52 (2016).

 

*상기 내용은 카이스트 물리학과 뉴스레터에 기고된 글을 가져온 것입니다. 저자의 허락없이 무단전제 및 재배포를 금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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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etr Stepanov, Shi Che, Dmitry Shcherbakov, Jiawei Yang, Ruoyu Chen, Kevin Thilahar, Greyson Voigt, Marc W. Bockrath, Dmitry Smirnov, Kenji Watanabe, Takashi Taniguchi, Roger K. Lake, Yafis Barlas, Allan H. MacDonald, and Chun Ning Lau

"Long-distance spin transport through a graphene quantum Hall antiferromagnet"

2018.09.10

Reviewed by Geun-Hee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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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ature Communications 3, 1058 (2012) 

  D. H. Wei, Y. Niimi, B. Gu, T. Ziman, S. Maekawa, and Y. Otani

"The spin Hall effect as a probe of nonlinear spin fluctuations"

2018.09.03

Reviewed by Taek-Hyeon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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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hysical Review Letters 120, 237201 (2018) 

  N. Bhattacharjee, A. A. Sapozhnik, S. Yu. Bodnar, V. Yu. Grigorev, S. Y. Agustsson, J. Cao, D. Dominko, M. Obergfell, O. Gomonay, J. Sinova, M. Klaui, H.-J. Elmers, M. Jourdan, and J. Demsar

"Neel Spin-Orbit Torque Driven Antiferromagnetic Resonance in Mn2Au Probed by Time-Domain THz Spectroscopy"

2018.08.22

Reviewed by Jiho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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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ectrical detection of magnetic states in crossed nanowires using the topological Hall effect" (DOI)

Kenji Tanabe and Keisuke Yamada Japan Appl. Phys. Lett. 110, 132405 (2017)

 

"Photo-spin-voltaic effect" (DOI)

David Ellsworth et al. Nature Physics 12, 861–866 (2016)

 

"Spinmotive Force as a New Energy Conservation Mechanism" (DOI)

Jun'ichi Ieda and Sadamichi Maekawa, Journal of the Magnetic Society of Japan 38, 75 (2014)

 

"Spin-Hall-Effect-Assisted Electroresistance in Antiferromagnets via 105 A/cm2 dc Current" (DOI)

Jiahao Han et al. Scientific Reports 6, 31966 (2016)

 

"Antiferromagnetic spintronics" (DOI)

T. Jungwirth et al. Nature Nanotechnology 11, 231 (2016)

 

"Ultrafast time-resolved magneto-optical imaging of all-optical switching in GdFeCo with femtosecond time-resolution and a μm spatial resolution" (DOI)

Y. Hashimoto et al. Review of Scientific Instruments 85, 063702 (2014)

스핀류와 위상학적 절연체

-저자 서문


 이 책은 스핀류를 중심으로 스핀트로닉스 기초물리의 최신 진보를 정리한 것이다. 최근 스핀류의 개념은 물성물리나 전자공학의 여러 영역에 걸쳐 등장하며 새로운 현상을 발견하는 유용한 지도원리의 역할을 제공하였다. 기초물리에 있어서도 기하학적 위상이나 상대론 등 현대물리학의 재미있고 아름다운 부분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도 밝혀지고 있다. 또 한편, 스핀류의 개념은 메모리 소자의 개발 등에 응용되어, 그 중의 일부는 실용화에 근접해 있기도 하다.
 스핀류에 많은 관심이 집중되게 된 계기 중 하나는 스핀홀 효과/역스핀홀 효과의 발견이다. 이 발견 덕에 스핀류의 검출이 쉽게 이루어질 수 있었다. 더욱이, 스핀홀 효과의 이론적인 고찰을 계기로 양자 홀 상태와 같은 위상학적인 질서를 가진 위상학적 절연체의 존재가 예측되어, 실험적인 확인이 진행되었다. 위상학적 절연체의 물리는 현재 독립된 하나의 분야로 나아가고 있다.
이러한 다이나믹한 전개는 물리학, 재료공학, 전자공학 등 서로 다른 분야의 연구자가 힘을 합쳐 열정적으로 연구한 결과로서, 특히 실험물리와 이론물리의 밀접한 상호작용이 큰 기여를 했다고 말할 수 있다. 이 책은 '이러한 현장의 활기를 전해주고 싶다'라는 생각으로 쓰게 되었다. 특히, 물리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면서도, 응용에 직결될 수 있는 유용한 현상들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려고 노력했다.
 이 책을 읽기 위한 예비지식은 대학교 학부 3학년 정도의 기초물리 수준을 가정했다. 또한 실제 연구 현장에서 빈번하게 쓰는 계산이나 개념을 자세하게 설명했으므로(예를 들면 2.1절이나 부록), 학부 학생부터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한 교과서로서도, 또한 현장의 연구자가 지식을 정리하기 위한 참고서로서도 이용 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 책은 제 1장부터 제4중 부록을 사이토가, 제5장부터 제7장을 무라카미가 주로 집필하였으나, 전체의 내용은 저자 두 명이 공동으로 검토를 하여 일관된 논리를 갖춘 구성이 되도록 편집하였다. 이책을 정리하는 데 있어서 여러 선배들, 선생님들, 동기들의 지도를 받았다. 지면관계로 모든 분을 적을 수는 없지만 책을 쓰는 데 직접적으로 협력해주신 모든 분께 깊이 감사드린다.
마지막으로 이 책이 나오기까지 곁에서 도와준 가족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한다.

2014년 2월


사이토 에이지
무라카미 슈이치

 

 


-추천사


신성철

KAIST 총장


 전자가 스핀을 가진다는 사실은 이미 100년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스핀의 흐름을 연구하기 시작한 것은 극히 최근의 일입니다. 또한, 근래에 들어서 위상학적 절연체라는 물질이 보고되고 있는데, 이 물질은 절연체임에도, 표면에서는 도체가 되는 재미있는 물질입니다. 이러한 새로운 물질이나 개념이 최신 물리학을 이끌고 있습니다.
 본서에서는 스핀류와 위상학적 절연체라는, 현대물리학의 중요한 주제를 다룹니다. 저자인 사이토 교수와 무라카미 교수는 이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으로, 어려운 개념을 알기 쉽게 설명합니다. 물리학을 전공하는 학부생 정도의 수준이라면 별 어려움 없이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잘 정리가 되어 있습니다. 학부생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우리말로 된 최신 물리학에 대한 소개서가 부족한 현실에서, 본서는 학생들이 최신 물리학을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국내에서 전자스핀의 연구는 1980년대 후반부터 KAIST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당시에는 연구 여건이 매우 열악한 상황이어서 연구 수행에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열악한 여건에도 불구하고 여러 연구자들의 노력과 열정으로 우수한 연구 결과들이 창출되었고, 한편 해당 연구 분야에서 2세대, 3세대의 후속 세대가 배출되었습니다. 이 책의 번역자인 김갑진 교수는 국내 전자스핀 연구의 3세대인 대표적 소장 학자로 현재 KAIST에서 스핀 동역학 연구단을 이끌고 있습니다. 물리학에 흥미가 있는 학생들이 이 책을 통해 최신 물리학의 개념을 빠르게 습득하여, 이제 국내에서도 자성 학문 발전의 획을 긋는 새로운 물리학 개념을 만들어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하겠습니다.

 

 

물질의 자성은 도대체 어디에서 나오는가

자석이라고 하면 막대자석이나 말굽자석, 혹은 냉장고 문에 붙이는 자석을 생각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는 생각보다 자석이 많다. 아니, 자석이 없다면 세상이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전기를 만들어내는 발전기, 자동차를 움직이는 모터, 컴퓨터에 있는 하드디스크, 병원에 있는 MRI. 어디 그 뿐인가? 냉장고 문도 자석으로 되어 있고, 핸드폰 덮개도 자석으로 되어 있다. 드라이버로 나사를 박을 때, 드라이버가 자석으로 되어 있을 때 그 편함을 느껴본 사람은 자석의 고마움을 알 것이다. 그런데... 그 자석의 자성이라는 것은 도대체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근원을 찾고자 할 때 취할 수 있는 방법은 간단하다. 파고파고 또 파 들어가 보면 되는 것이다. 막대자석 N극과 S극의 가운데를 잘랐다. 그럼 N극과 S극이 따로따로 분리될까?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다. 절반으로 잘려진 자석은, 다시 N극과 S극을 가지게 된다. 무슨 플라나리아도 아닌 것이… 그렇게 된다. 그렇다고 포기하지 말고, 또 반으로 나누고 또 반으로 나눠보자. 그런데 계속해서 N극과 S극이 생긴다. 그럼 자르고 자르다 보면 결국 남는 것은 무엇일까? 원소의 특징을 가진 가장 작은 것. 그렇다. 원자가 남는다. 원자 하나만 남았으니, 이것은 N극이나 S극이 될까?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다. 여전히 N극과 S극이 공존한다. 도대체 왜 그런걸까?


그럼 이왕 원자까지 파고 들어간 김에, 원자가 어떻게 생겼는지 생각해보자. 원자를 쉽게 설명하는 모델로는 보어의 원자 모형이 있다 (그림 1). 이 모형에서는 원자핵이 가운데에 있고, 그 주위를 전자가 공전하는 듯한 형상을 취하고 있다(마치 태양계처럼). 양자역학이란 것을 조금 배운 사람은 보어의 모델에서 조금 더 나아가 드브로이 모델을 생각한다. 양자역학에서는 “입자는 곧 파동이요. 파동은 곧 입자라”는 언뜻 믿기 어려운 주장을 한다. 그 주장에 비추어 생각해보면, 전자는 입자인 동시에 파동일 수 있는 것이다. 파동이 원자핵 주위를 회전하기 시작하면, 살아남을 수 있는 경우는 바로 그 원궤도가 ‘정상파(standing wave)’를 이룰 때이다. 즉, 원자핵 주위에 형성된 전자의 정상파. 이것이 바로 드브로이 모델이다 (그림 2). 근데, 이런 원자가 왜 N극과 S극을 만들어내는 것일까?


그림 1. 보어 모형, 그림 2. 드브로이 모형 (오른쪽)

 

1820년 4월 21일 덴마크 물리학자 외르스테드(H. C. Ørsted, 1777~1851)는 코펜하겐 대학교에서 저녁 실험 강의를 하고 있었다(역시 실험은 저녁에 해야 제 맛이다--;;). 그 강의에 참석했던 사람들의 말에 의하면, 외르스테드는 실험 도중에 일어난 현상을 보고 전혀 예상치 못했던 것처럼 당황했다고 한다. 전류가 흐르는 도선 주위의 나침반이 북극을 가리키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지금은 우리가 중학교에서 배우는 “전류가 흐르는 도선 주위에는 자기장이 생긴다”라는 외르스테드의 법칙을 발견한 순간이다. 그렇다. 자석이 아니라 전류가 흐르는 도선 주위에도 자기장이 생긴다. 이것이 바로 전자석의 원리이다.


근데 전류라는 것이 무엇인가? 전자의 흐름이 아니었던가?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원자의 자성에 대해서 설명할 실마리를 찾게 된다. 전자가 원자핵 주위를 공전하는 것을 전류가 흐른다고 생각할 수 있다면, 거기에서는 반드시 자기장이 발생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물질이 자성을 나타낼 수 있는 이유가 된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원자에서 N극과 S극이 공존하는 이유이다 (원형 고리에 흐르는 전류는 고리의 아래에서 위쪽으로 향하는 자기장을 만든다 (그림 3)) 그런데, 실제로 전자는 공전뿐만 아니라, 자전도 하게 된다(지구가 태양주위를 공전하지만, 스스로 자전을 하는 것을 생각하면 그럴 듯하기도 하다). 이러한 전자의 자전과 같은 현상을 바로 “스핀(Spin)” 이라고 한다. 어쩌면 당연하게도 전자의 스핀에 의해서도 자기장이 발생하게 된다. 결국, 전자가 원자핵 주위를 공전(궤도 운동)하면서 자전(스핀)하는 것, 이것이 바로 물질이 자성을 나타내는 근본 원인이다. 이제 여러분은 자성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왜 원자까지 물질을 쪼개고 쪼개도 N극이나 S극으로 나눌 수 없는지 알게 되었을 것이다.


그림 3. 원형고리에 전류가 흐를 때 발생하는 자기장

 

그렇다면 이렇게 전자에 의해서 발생하는 자성의 크기는 어떻게 나타낼까?


김경훈 (sohokim1119@kaist.ac.kr),
김갑진 (kabjin@kaist.ac.kr)
2강으로


자기모멘트 (magnetic moment)

원자핵 주위에서 전자가 원자핵 주위를 공전하거나 스스로 자전함으로써 물질의 자성이 생긴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런 자성의 크기를 나타내는 것이 바로 자기모멘트(magnetic moment)이다. 그런데 도대체 자기모멘트가 무엇이고, 왜 우리는 자기모멘트라고 부르는가?


물리에서 모멘트(moment)라는 것은 거리와 어떤 물리량의 곱으로 나타나는 표현을 의미한다. 우리가 배운 물리용어 중에서 모멘트라고 붙은 것들이 몇 개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관성모멘트 (moment of inertia)와 토크 (moment of force)이다 (토크를 다른 말로 힘의 모멘트라고 부른다). 관성모멘트라는 것은 질량이 거리에 따라 어떻게 퍼져있는가를 나타내고, 토크라는 것은 거리와 힘의 곱으로 나타난다. 즉, 어떤 물리량이 거리와 관련이 있을 때, 이를 나타내기 위해서 거리와 해당 물리량의 곱을 정의해서 사용하는 것이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을 해보면, 물리량이 거리에 따라서 바뀐다는 것은, 우리가 기준점을 바꾸면 그 물리량도 바뀐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건 물리가 추구하는 보편성과 거리가 멀다. 그럼 어떤 경우에 모멘트라는 정의가 유용할까? 그렇다. 바로 거리가 바뀌지 않는 상황, 즉 “회전”하는 것을 기술 할 때 사용하는 것이 바로 모멘트이다. 다시 말해, 회전축에서부터 특정 지점 사이의 거리와 그 지점에서의 어떠한 물리량의 곱으로 정의하는 것이 바로 모멘트이다 (생각해보라. 관성 모멘트와 토크 모두 회전계에서 정의된다).


이제 자기모멘트의 정의를 살펴보자. 자기모멘트(magnetic moment)

$$ \vec{m} = \frac{1}{2} \int \vec{r} \times \vec{J} dV \tag{1} $$

로 표현된다. 여기에서 은 거리, 는 전류밀도를 의미한다. 예상했던 대로, 거리와 특정 물리량(여기서는 전류밀도)의 곱으로 표현된다 (재미있게도 이것을 ‘전류밀도 모멘트’라고 부르지 않고 ‘자기모멘트’라고 부른다. 전류에 의해 자기장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평면상의 폐곡선을 따라 전류가 흐르는 특수한 경우에는 위 식(1)을

$$ \vec{m} = IS\hat{n} \tag{2} $$

와 같이 단순하게 쓸 수 있다. 여기서, 는 전류의 세기, 는 폐곡선의 면적으로, 전류가 강할수록, 그리고 면적이 커질수록 자기모멘트는 커지게 된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그 방향인데, 전류가 흐르는 평면의 수직한 방향($\hat{n}$)으로 자기모멘트가 발생한다 (정확한 방향은 전류를 오른손 네 손가락으로 감싸 쥐었을 때 엄지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이다). 다시 말하면, 어떤 회전하는 물체의 회전축에서 정의되는 것이다. 원자핵 주위를 운동하는 전자를 전류로 볼 수 있다면, 이제 우리는 전자의 자기모멘트를 구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또 드는 의문이 있다. 왜 굳이 자기모멘트라는 새로운 물리량을 정의하는 것일까? (어차피 거리와 전류밀도의 곱이라면, 그냥 그렇게 사용하면 될 텐데 말이다)


물리에서 어떤 용어를 정의할 때는, 그것이 자연을 기술하는데 유용하기 때문이다. 즉, 자연을 더 단순하게 기술하기 위해서 우리는 새로운 용어를 정의한다. 우리 주변의 자성현상이라는 것은 대부분 “자석을 가까이 가져가면 어떻게 되는가?”에 대한 것들이다. 자석에 붙는가? 아니면 자석을 가져가도 반응하지 않는가? 자석을 가져가면 밀려나는가? 이렇게 자석에 대한 반응, 즉 자기장에 대한 반응이 바로 우리가 기술하고 싶은 것이다. 이걸 기술하는데 자기모멘트는 아주 편리함을 준다.


그림 4. 전류 고리에 의해 만들어지는 자기모멘트 (왼쪽), 자기모멘트의 방향에 비스듬히 자기장을 걸어주었을 때, 세차 운동하는 자기모멘트 (오른쪽)

자 여기 자기모멘트가 있다(그림 4-가). 여기에 자기모멘트와 다른 방향으로 자기장을 가했을 때 어떤 반응을 보일까? 자기모멘트라는 것이 축 방향으로 자기장이 나오는 것인데, 여기에 축과 다른 방향으로 자기장을 걸면 어떻게 될까? 우리는 직관적으로 회전축이 바뀔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다. 어찌 보면 이것은 팽이의 운동과도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팽이가 기울어진 채로 회전하고 있을 때 중력이 작용하면 팽이의 회전축이 움직인다(세차운동을 한다). 마찬가지로 자기모멘트도 팽이와 같이 자기장을 걸어주면 세차운동을 시작한다 (그림 4-나). 물리에서는 이런 상황을 간단한 수식으로 표현하고 싶어 한다. 우리가 식 (1)에서 정의한 자기 모멘트를 사용하면 자기장에 의한 토크 $\vec{\tau}$를


$$ \vec{\tau} = \vec{m} \times \vec{B} $$

로 간단히 쓸 수 있다. 그 뿐 아니다. 움직이는 팽이가 결국 쓰러지듯이, 자기모멘트도 결국 외부에서 걸어주는 자기장 방향으로 가게 된다. 왜냐하면, 그것이 에너지를 낮추기 때문이다. 이때의 에너지는


$$ E = - \vec{m} \cdot \vec{B} $$

로 쓸 수 있다. 이 에너지를 자기 포텐셜 에너지(혹은 제만 에너지)라고 한다. 이 얼마나 간단한 표현인가? 그렇다. 우리가 식 (1)과 같이 자기모멘트를 정의하는 것은 그것이 자성과 관련된 자연현상을 단순하게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는 자기모멘트가 무엇인지 그리고 왜 그렇게 정의하는지 알았다. 이제 우리는 원자 속의 전자가 만들어내는 자기모멘트를 계산할 수 있다. 그 크기는 과연 어느 정도일까?



김경훈 (sohokim1119@kaist.ac.kr),
김갑진 (kabjin@ka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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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의 궤도 자기모멘트 (orbital magnetic moment)

앞서 이야기한 것과 같이, 원운동 하는 전자에 의한 자기모멘트는 전류와 면적의 곱 ($\vec{m}=IS\hat{n}$)으로 표시된다. 전자가 원자핵 주위를 원운동 한다고 가정하면, 우리는 원자 속의 전자가 만들어내는 자기모멘트를 계산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전자가 원자핵 주위를 반지름 인 궤도로 공전하면서 만들어내는 자기모멘트는 그 정의에 의해


$$ \vec{m} = IA\hat{n} = \left( - \frac{e}{\tau} \right) \left( \pi a_0^2 \right) \tag{1} $$

이 되는데, 여기서 는 전자가 원자핵 주위를 공전하는 공전주기에 해당한다. 원운동의 공전주기 $\tau$는 $\frac{v}{2 \pi a_0}$ 로 표현되므로, 자기모멘트는 최종적으로

$$ \vec{m} = -e \left( \frac{v}{2 \pi a_0} \right) \left( \pi a_0^2 \right) = - \frac{e a_0 v}{2} \hat{z} \tag{2} $$

이 된다. 여기서 $v$는 전자의 속도에 해당한다. 이 식을 자세히 보면, 전자의 회전 반경($a_0$)이 클수록, 전자의 회전속도가 빠를수록 자기모멘트가 커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물리적으로는 이런 식의 표현보다 각운동량을 이용한 표현을 선호한다. 전자가 회전하고 있으므로 각운동량이 정의되고, 이때의 각운동량은

$$ \vec{L} = \vec{r} \times \vec{p} = \left(a_0 \hat{r}\right) \times \left(m_e v \hat{\phi} \right) = a_0 m_e v \hat{z} \tag{3} $$

으로 나타낼 수 있다. 위 식을 이용해서 자기모멘트를 다시 쓰면,


$$ \vec{m} = \left( - \frac{e}{2 m_e} \right) \vec{L} \tag{4} $$

이 된다. 이 식에서 괄호 안에 (-)부호는 궤도 자기모멘트의 방향이 전자의 각운동량의 방향과 반대라는 것을 의미한다. 언뜻 보기에 식 (4)를 쓰는 것과 식 (2)를 쓰는 것은 큰 차이가 없어 보이나, 실제로는 큰 차이가 있다. 왜냐하면, 각운동량이라는 것은 보존되는 양이기 때문이다. 물리에서는 대칭성과 보존량이라는 중요한 개념이 있는데, 우리가 기술하고자 하는 시스템에 대칭성이 있다면 반드시 보존되는 양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또한, 보존되는 양을 이용하면 자연을 좀 더 보편적으로 기술할 수 있다. 회전하는 전자와 같은 시스템에서는 회전방향으로 대칭성이 존재하고 (회전대칭성이 존재한다는 것은 조금 회전해서 봐도 세상이 똑같다는 것이다), 이때는 각운동량이 반드시 보존된다. 따라서 식 (4)와 같이 보존되는 양인 각운동량을 이용해서 자기모멘트를 나타내는 것이 좀 더 보편적인 기술이라 할 수 있다.


식 (4)를 보면, 전자의 각운동량과 자기모멘트는 항상 반대방향이며, 그 계수가 $-e/(2m_e)$ 임을 알 수 있다. 우리는 이 계수를 자기회전비율(gyromagnetic ratio)라고 부른다. 자기회전비율을 보면서 우리는 두 가지를 생각할 수 있다.


첫 째, 각운동량의 방향과 자기모멘트의 방향이 반대인 것은 순전히 전자가 음의 전하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양의 부호를 가진 입자가 회전하면 이때는 각운동량과 자기모멘트가 같아야 한다. 둘 째, 자기회전비율을 보면 질량에 반비례한다. 즉, 같은 각운동량을 가지더라도 질량이 크면 그만큼 자기모멘트가 작아진다는 것을 말한다. 이게 원자핵의 자기모멘트를 흔히 무시하는 이유이다. 원자핵도 자전을 하는데, 전자에 비해 아주 무거워서 원자핵의 자기모멘트는 아주 작고, 그래서 흔히 무시한다.


자, 그럼 우리는 이제 전자의 각운동량만 알면, 식 (4)를 이용해서 자기모멘트를 구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면 전자의 각운동량은 어떻게 구할까? 이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원자모형을 다시 들어야 봐야 한다. 보어 모델에서는 전자가 원자핵 주위를 원운동하게 된다. 이 때, 원운동의 궤도는 양자화되어 있다 (그림 1, 1강으로). 즉, 연속적으로 변하지 않고 특정한 궤도에서만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언뜻 이해하기 어려운 이러한 이상한 상황을 드브로이는 물질파를 도입해서 설명했다 (그림 2 , 1강으로).


드브로이는 입자 역시 파동의 성질을 갖는다고 주장을 하였는데(이게 양자역학의 핵심이다), 물질이 내놓는 파동의 파장은 운동량에 반비례 하고, 그 때 비례 상수는 플랑크 상수(Planck's constant, $h=6.626\times 10^{-34} J \cdot s$ )로 표현된다고 주장하였다. 즉,


$$ \lambda_{matter} = \frac{h}{p} = \frac{h}{mv} $$

이 된다. 이를 이용하여 드브로이는 보어의 궤도 양자화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원자핵 주변의 전자가 취할 수 있는 궤도는 그 원주가 전자 파장의 정수배가 되는 궤도이다"


즉, 전자의 궤도가 정상파가 될 때만 안정한 궤도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수식으로 표현하면,


$$ 2 \pi r_n = n\lambda = \frac{n h}{m_e v_n} \quad \left( n \in \mathbb{Z}_{>0} \right) $$

여기서 $m_e$는 전자의 질량, $r_n$는 전자가 가질 수 있는 n번째 궤도의 반경, $v_n$는 n번째 궤도에서의 전자의 속도이다. 이 때 각운동량은 $\vec{L} = \vec{r} \times \vec{p}$이므로 원자핵 주위를 돌고 있는 전자의 각운동량은 다음과 같이 나타낼 수 있다.


$$ L_n = m_e r_n v_n = \frac{n h}{2 \pi} = n\hbar \quad \left( n \in \mathbb{Z}_{>0} \right) $$

즉, 전자가 취할 수 있는 각운동량도 양자화 되고, 그 기본단위가 가 된다. 이런 각운동량을 이용하면 전자의 궤도 자기모멘트는 아래와 같이 된다.


$$ \vec{m} = \left( - \frac{e}{2 m_e} \right) n \hbar $$

각운동량이 양자화 되어 있으므로, 궤도 자기모멘트도 당연히 양자화 되어 있고, 이 때 가장 작은 자기모멘트는


$$ \mu_{B} = - \frac{e}{2 m_e} \hbar $$

가 되는데, 이를 우리는 보어 마그네톤(Bohr magneton)이라고 부른다. 이것은 원자핵 주위의 첫 번째 궤도에서 전자가 회전할 때 만들어내는 자기모멘트를 의미한다. 즉, 가장 기본이 되는 자기모멘트 값이다.


일단 보어-드브로이 원자 모델을 이용해서 자기모멘트를 구하긴 했는데, 도대체 저 값은 얼마쯤 될까? 전자의 전하와 질량을 대입해서 구해보면, Bohr magneton의 값은 0.06 meV/T정도가 나온다. 무슨 말이냐 하면, 1테슬라(Tesla)의 자기장을 가했을 때 제만 에너지 ($E = -\vec{m} \cdot \vec{B}$)를 0.06 meV정도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여전히 감이 잘 안 온다. 그렇다면 상온의 열에너지와 비교해 보자. 흔히 열에너지는 로 표현되는데, 상온 (T=300K)에서의 열에너지는 약 25 meV정도 된다. 앞에서 구한 제만에너지와 비교하면, 상온의 열에너지가 훨씬 크다. 단순 계산에 의하면, 열에너지를 이기기 위해서는 무려 450 테슬라 정도의 자기장을 걸어주어야 한다 (참고로 대학교 실험실이나 병원 MRI에서 흔히 사용하는 초전도 자석이 약 10 테슬라 정도 나온다). 이것이 무슨 말이냐 하면, 상온에서 원자 하나가 공중에 떠 있다면 웬만한 자석으로는 원자의 자기모멘트를 자기장 방향으로 나란히 정렬시킬 수 없다는 말이다(열적인 떨림이 훨씬 크므로).


이제 전자의 궤도자기모멘트는 이해가 되었다. 그런데 앞에서 이야기 하였듯이, 전자는 공전도 하지만 자전도 한다. 즉, 전자는 ‘스핀’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스핀에 의한 자기모멘트는 얼마나 될까?



김경훈 (sohokim1119@kaist.ac.kr),
김갑진 (kabjin@ka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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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의 스핀모멘트 (spin moment)

전자의 스핀모멘트를 이야기하기에 앞서서 전자의 스핀 자체를 생각해보자.


“전자의 스핀이 뭐에요?” “전자는 왜 스핀을 가져요?”


이런 질문을 하게 되면 제아무리 뛰어난 물리학자라도 당황하게 된다. 일단 머릿속에서 저 질문에 대한 대답을 구하느라 당황하고, 그 답을 구했더라도 그것을 설명하려고 하면 또 당황하게 된다. 도대체 스핀이 무엇이고,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


-고전역학적으로 설명이 불가능한, 전자에 내재되어 있는 미스테리한 각운동량-


-디락이라는 물리학자가 풀어낸 상대론적 양자역학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등장하는 양-


이게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는 전자의 스핀에 대한 설명이다. 당연히 이런 설명으로 상대를 설득할 수 없으므로, 우리는 그냥 지구가 자전하듯이 전자가 자전한다고 생각했을 때 생각할 수 있는 각운동량이라고 쉽게 이야기 한다 (사실 나도 앞 절에서 그렇게 이야기 했다). 그래도 대충 이해는 되니까.


그런데 생각해보면, 전자라는 것의 크기를 알 수 없는데 (양자역학에 의하면 이게 입자일수도 파동일수도 있으니), 그 회전을 정의한다는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이다. 어쨌든 스핀 자체를 이해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이러한 스핀을 설명하고자 한 책이 있다는 것은 정말 기쁜 일이다. 관심 있는 독자는 이강영 교수님이 쓴 SPIN이라는 책을 참고하자.


스핀을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전자가 스핀을 가진다는 것은 실험적으로 명확하게 증명할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슈테른-게를라흐 실험(Stern-Gerlach Experiment)이다. 슈테른과 게를라흐는 그림 6와 같이 자기장 구배가 있는 영역에 은(Ag)증기를 주입하는 실험을 수행하였다. 은이라는 원자는 앞 절에서 설명한 전자의 궤도 각운동량이 0인 물질이다. 따라서, 궤도 자기 모멘트도 없을 것이고, 자기장을 걸어줘도 별로 반응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슈테른-게를라흐의 실험에서는 은 원자의 경로가 정확히 두 갈래로 갈라지는 현상이 측정되었다. 이 결과를 설명하려면, ‘자기장과 같은 방향의 자기모멘트는 자기장 방향으로, 반대 방향의 자기모멘트는 반대방향으로 휘었다.‘ 라고 해야 한다. 다시 말하면, 은 원자는 자기모멘트를 가져야 한다! 이것이 바로 스핀을 발견한 최초의 실험이다.


그림 6. 슈테른-게를라흐 실험

슈테른-게를라흐는 스핀 모멘트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았고, 내친김에 스핀 모멘트의 크기도 구하였다 (앞 절에서 설명한 것과 같이, 자기모멘트에 자기장을 가하면 제만 에너지가 생기는데 ($E=-\vec{m} \cdot \vec{B}$), 이 변화를 측정하였다). 그 결과 스핀 모멘트의 크기는 보어 마그네톤 $\mu_B$과 같다는 것이 밝혀졌다. 즉, 전자 궤도 운동의 자기모멘트와 같은 크기였다. 그렇다면 스핀의 각운동량도 궤도 운동과 같은 $\hbar$일까?


앞 절에서 드브로이 원자를 이야기 하면서 각운동량은 반드시 양자화 되어야 한다고 하였다. 그리고 각운동량의 기본단위는 $\hbar$임을 알았다. 만일 스핀의 각운동량이 $\hbar$라면, $+\hbar$와 $-\hbar$ 사이에 반드시 0이 들어가야 한다 (각운동량은 씩 증가, 혹은 감소하므로). 그렇다면 슈테른-게를라흐 실험에서 $+\hbar$, 0, $-\hbar$의 세 갈래로 전자가 휘었어야 했다. 그런데 실험적으로 측정된 것은 단지 두 갈래의 경로였다. 이 말인 즉슨, 전자의 스핀이 가진 각운동량은 바로 $\frac{1}{2}\hbar$라는 것이다 ($+\frac{1}{2}\hbar$과 $-\frac{1}{2}\hbar$의 차이는 이니까). 재밌게도, 스핀모멘트는 궤도 자기모멘트와 같지만, 스핀 각운동량은 궤도 각운동량의 절반이 된다. 이상하지만 이게 사실이다. 그런데, 스핀의 각운동량이 있다는 사실과 그 크기는 또 어떻게 알아낼 수 있는 걸까?


각운동량이라는 것은 사실 우리 주변 물체들에서 흔히 나타난다. 회전하기만 한다면 말이다. 그렇다면 다음과 같은 상황을 생각해보자. 금속 막대를 실에 매달아 천장에 고정시킨다. 그러고 나서 아래에서 천천히 자석을 가져간다. 어떤 일이 일어날까? 금속 내부의 전자의 스핀은 자석에 의해서 한 방향으로 향하려고 할 것이다 (그게 제만 에너지를 낮추어 안정화되니까). 그렇다는 말은 금속 내부에 각운동량이 생긴다는 얘기이고, 결국 금속 막대 자체가 회전을 해야 한다. 해보면 실제로 금속 막대가 회전하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아인슈타인-드하스 효과(Einstein-de Haas Effect)이고, 스핀이 각운동량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 실험이다.


그림 7. 아인슈타인 - 드하스 효과

앞 절에서 우리는 전자의 궤도 운동에 의한 각운동량, 자기모멘트를 구했고, 본 절에서 전자의 스핀에 의한 각운동량과 자기모멘트를 알게 되었다. 그런데 전자의 궤도 운동과 스핀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이것을 스핀-궤도 상호작용이라고 한다. 그런데 도대체 왜 궤도 운동과 스핀은 영향을 주고 받을까?



김경훈 (sohokim1119@kaist.ac.kr),
김갑진 (kabjin@ka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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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에 대하여

“아름다움”이라는 것은 지극히 주관적인 것이라고 나는 믿고 있다. 내가 보기에는 그저 낙서 같은 그림과 내가 듣기에는 그저 소음 같은 음악이 어떤 이에게는 아름다움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학창시절에 밤새가며 그려갔던 내 그림보다 학교에서 대충 그려서 제출한 친구들의 그림이 더 높은 점수를 받았을 때, 나는 생각했다. 시간과 노력을 들인다고 해서 아름다움이 얻어지는 건 아닌 것 같다고. “그렇다면 아름다움은 도대체 어떻게 얻을 수 있는 것인가?”, “아름다움의 기준이 있기라도 한 걸까?” 그 답을 찾기가 참으로 어려웠다. 이런 모호함을 싫어하는 내가 과학을 택한 건 어쩌면 당연한 선택이었다. 나에게 과학은 객관적이었고 합리적이었으며, 노력한 대로 대가를 충분히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노력했고, 그렇게 ‘물리학자’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물리학자는 연구하는 사람이고, 내가 물리학자로서 하는 연구는 ‘자석’에 대한 연구이다. 보통 자석이라고 하면 말굽자석이나 네오디뮴 자석을 떠올리겠지만, 우리 주변에는 의외로 자석이 많다. 자동차에의 모터에도 자석이 있고, 컴퓨터의 하드디스크도 자석으로 되어 있으며, 병원에 있는 MRI도 자석이다. 자석이 있어서 가죽 핸드폰 케이스를 고정할 수 있고, 자석이 있어서 배달 업체 정보를 냉장고에 붙여 둘 수도 있다. 이렇게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자석에 뭐 신기할 게 있을까 싶지만, 생각해보면 정말 신기한 것이 많다.


신기하다는 것은 예상을 못 했다는 것이고, 예상을 못 했다는 건 질문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질문을 해보자. “자석의 자성, N극과 S극은 도대체 어디에서 나오는가?” 아마 쉽게 답할 수 없을 것이다. 답할 수 없는 이유는, 이 질문이 다소 근원적이며 우리가 그런 질문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 주변에 자석이 그렇게 널려있는데 말이다.


근원을 찾는 방법은 간단하다. 파고파고 또 파 들어가 보면 된다. N극과 S극의 근원을 찾기 위해 자석의 N극과 S극의 가운데를 잘랐다. 그럼 N극과 S극이 따로 나뉠까? 그렇지 않다. 두 개로 나뉜 자석은 각자 N극과 S극이 생겨버린다. 그래도 포기하지 말고 다시 반으로 잘라보자. 그러나 결과는 마찬가지다. 플라나리아도 아닌 것이 잘라도 잘라도 끊임없이 N극과 S극이 생긴다. 그렇게 자르고 또 자르다 보면 무엇이 남을까? 그렇다, 원자 하나가 남게 될 것이다. 세상 만물은 원자로 구성되어 있으니…. 그럼 원자는 N극이나 S극이 따로 존재할까? 안타깝게도 원자 하나도 N극과 S극이 함께 존재한다. “도대체 왜 이렇게 되는가?”


19세기 초, 덴마크의 과학자 한스 크리스티안 외르스테드(Hans Christian Orsted)는 저녁식사를 마치고 실험을 하고 있었다 (예나 지금이나 실험에는 밤낮이 없다). 금속으로 된 도선에 전류를 흘리는 실험을 하던 와중에, 도선 주변에 있는 나침반이 움직이는 것을 관찰하게 되었다. 우리가 지금 중학교에서 배우는 외르스테드의 법칙을 발견한 순간이다. 외르스테드의 법칙은 전류를 흘리면 주변에 자기장이 생긴다는 법칙이다. 이 원리를 이용하여 솔레노이드를 만들고 전류를 흘리면 자석이 된다. 이게 바로 자성이 나오는 근원이다. “그런데… 자석에는 전류를 흘리고 있지 않은데 어떻게 자성이 나오는가?”


다시 원자로 돌아가 보자. 원자라는 것은 (+)인 원자핵이 가운데에 있고 그 주변에 (-)인 전자가 원자핵 주위를 빙글빙글 도는 것이다. 그런데, (-)를 가진 전자가 돌고 있다는 것은 거기에 전류가 흐르고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 원자란 전자가 원자핵 주위를 돌면서 만드는 작은 전류 고리이며, 거기서 자기장이 나온다.


그런데 원자핵 주위를 도는 전류보다 더욱 효과적으로 자성을 만들어내는 것은 전자의 자전이다. 이러한 전자의 자전을 우리는 ‘스핀(spin)’이라고 부른다. 전자는 원자핵 주위를 돌기도 하지만 스스로 회전하고 있기도 하다. 지구가 태양주위를 공전하면서 스스로 자전하는 것과 비슷하다. 이러한 전자의 공전과 자전이 바로 자성의 근원이다. 좀 더 쉽게 말하자면, 전자가 어떤 축을 기준으로 돌고 있어야 우리는 축의 방향을 이야기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축의 양단을 N극과 S극이라고 부른다.


이렇듯, 자성이 나오는 원리는 전자의 ‘움직임’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움직임’이라는 것은 상대적이다. KTX를 타고 출발할 때 무심코 옆에 있는 열차를 보면, 내가 움직이는 것인지 옆에 있는 열차가 움직이는 것인지 알 수 없을 때가 많다. 그렇다. 우리는 사실 그것을 구분할 수 없다. 이게 바로 아인슈타인이 말한 ‘상대성 이론’의 핵심이다. 내가 타고 있는 열차가 멈춰 있는 것인지 움직이는 것인지 알 수 없다면, 멈춰 있는 것이나 움직이는 것이나 그 본질은 같아야 한다.


전자가 가만히 있으면 그냥 (-)를 가진 전기일 테지만, 그것이 움직이면 자기장을 만든다. “만약 전자는 가만히 있는데 내가 움직이면 어떻게 될까?” 움직이는 입장에서는 전자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일 테니 전류가 생기고 자기장을 만드는 것으로 보인다. 내가 보기에 전자가 정지해 있으면 전기를 띈 것으로 보이지만, 내가 움직이든 전자가 움직이든 상대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면 자기로 보인다는 말이다. 결국, 자신의 상황에 따라 전기로 보이기도 하고 자기로 보이기도 한다. 그러므로 전기와 자기는 본질적으로 같다.


자석의 본질을 이해하고 나서 생각해보면 원자 속에 있는 전자가 참 고맙다. 쉬지 않고 계속 돌아주니까 우리가 자석을 볼 수 있는 거고, 그래서 내가 연구하며 먹고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라. 전자가 움직여주지 않았다면 우리는 자석을 보기 위해 직접 어지럽게 돌아야 한다.


전자의 회전이 자석의 근원이라는 말은 또 다른 상상력을 불러일으킨다. 사실 우리 주변에는 자석이 아닌 것들이 많다. 원자 하나하나는 자석인데 원자들이 모인 물체가 자석이 아닌 이유는 원자들의 자석이 가리키는 방향이 중구난방이라서 그렇다. “그렇다면 자석이 아닌 물체를 빨리 회전시키면 자석이 될까?”, “뭐라도 회전시키면 자석이 되는 게 아닐까?” 한 번 밥을 먹다 말고 젓가락을 열심히 돌려보라. 아니면 젓가락은 그대로 두고 여러분이 직접 열심히 돌아보던가. 그러면 신기하게도 그 젓가락에서 자기장이 나오고 자석이 된다. 물론 거의 측정이 불가능할 정도로 아주 약하지만…. 실제로 과학자들은 이런 것을 해보았다. 물론 사람이 아닌 젓가락을 돌렸다.


이쯤 되면 여러분도 무엇이든 한번 돌려보고 싶은 충동을 느낄 것이다. 아니면 여러분이 뱅글뱅글 돌고 싶어질 수도 있다. 만일 그렇다면, 여러분은 실험 물리학자가 될 자격이 충분하다. 그런데 아직도 우리가 대답하지 못하는 더욱 근본적인 질문이 있다. “움직임은 왜 일어나는 것일까?”, “왜 움직여야만 하는 것일까?”


물리학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은 ‘대칭성’이다. 대칭성이 존재하면 대칭성의 방향으로 보존되는 양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양이 보존된다는 것은 그 방향으로 가도 전혀 이득이나 손실이 없다는 말이다. 그리고 이득이나 손실이 없다면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 이유가 없을 것이며, ‘흐름’도 생기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 않은가? 우리가 아침에 일어나 어떤 곳을 가든 월급통장의 잔액이 증가하지도 감소하지도 않는다면, 굳이 직장으로 출근을 해야 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그렇기에 무언가가 움직이고 흐름이 생겼다는 것은 이득이나 손실이 있고 대칭성이 깨졌다는 말이 된다. 마찬가지로 대칭성이 깨졌기 때문에 전자는 돌게 되고, 그래서 자석이 된다. “그럼 도대체 대칭성은 왜 깨졌을까?”


이쯤에서 이야기를 멈춰야 할 것 같다. 우리는 지금까지 자석에서 시작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과 그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거쳤다. 그 과정에서 움직임을 이야기했고 상대성을 논했으며 대칭성을 상상했다. 단순한 호기심에서 시작했을 수 있지만, 그 종착역은 자연의 신비에 더 가까이 가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과학자가 생각하는 아름다움이다. 우리는 이 아름다움을 얻기 위해 ‘질문’을 하고,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이 자연을 설명하길 기대한다. 아무리 아름다운 이론이라도 자연을 설명하지 못하면 그것은 아름답다 할 수 없을 것이니. 그런 의미에서, 내가 학창시절 생각했던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조금은 얻은 것 같기도 하다.


이것 역시 누군가에게는 주관적인 아름다움일 테지만 말이다.


김갑진 (kabjin@kaist.ac.kr)

위 글은 <춤:in> 에 2019년 10월 14일에 게제된 글입니다. 원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