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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 뿌려 skyrmion 길 내기



이 논문의 내용을 세 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PMA, DMI를 갖는 Pt/Co/MgO system에 He ion을 조사해서 국소적으로 PMA가 낮은 지역을 track 모양으로 만들었다.
  2. 외부 수직 자기장을 조절하여 track 내부에 skyrmion을 생성하고, 전류 펄스를 흘려 주어 skyrmion이 track을 따라 이동하는 것을 관측했다.
  3. 같은 현상을 simulation으로 재현하고, 이를 통해 skyrmion track의 성능을 향상시키기 위한 방법을 제시한다.

Skyrmion (magnetic skyrmion)은 가히 spintronics에서 가장 핫하다고 할 수 있을 만큼 학계에서 엄청난 주목을 받고 있는 연구 주제이다. 물리학에서 노벨상급으로 중요한 개념인 topology를 topological charge의 형태로 내포하면서, 동시에 관측이 가능한 physical object이기 때문이다. 과장 좀 보태면, ‘수학 세계에만 존재하는 것 같던 개념이 현실 세계에서 살아 움직이는’ (준)입자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한술 더 떠서, 이 skyrmion은 전류를 흘려 주면 그 방향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전자 소자로의 응용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GMR의 발견으로 2007년 노벨상을 수상했던 Albert Fert는 2013년 Nature Nanotechnology지에 ‘Skyrmion on the track’이라는 논문을 발표한다. 이 논문에서 그는 40 nm 폭 track에서 skyrmion이 전류로 이동하는 것을 micromagnetic simulation으로 보임으로써 메모리, 로직 소자를 만들 수 있음을 주장했다. 이 논문은 2021년 4월 현재까지 총 2151회의 인용수를 기록하며, 지금의 수많은 skyrmion 응용 연구를 있게 한 시발점이 되었다. 

이후 학계의 관심사는 ‘과연 누가 skyrmion racetrack memory를 만들어낼 것인가’에 집중되었다. 미지의, 그러나 전도유망한 새로운 연구주제를 두고 전 세계에서 수많은 논문이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2017년, Nature Physics지의 같은 달, 같은 호수에 비슷한 두 논문이 출판된다. Skyrmion의 current-driven motion과 그 Hall effect를 실험적으로 측정한 논문들인데, 한 논문은 MOKE microscopy로[W. Jiang, Nat. Phys. (2017)], 다른 한 논문은 X-ray microscopy로[K. Litzius, Nat. Phys. (2017)] 이를 측정했다. 이들 두 논문에서 관측한 것은 기존 이론 연구에서 예측된 바와 같이 heavy metal (HM)/ferromagnet (FM)으로 구성된 이중층 샘플에서 HM 층에 전류를 흘려 주면 SOT(spin orbit torque)에 의해FM층에 존재하는 skyrmion이 전류 방향으로 움직이며, 동시에 전류 방향에 수직한 방향의 속도 성분을 가지는 Hall 효과가 존재한다는 것이었다. 또한 skyrmion Hall effect에 의해 skyrmion이 대각선 방향으로 움직이다 보면 track의 가장자리에 도달하며 이 때 가장자리에 충돌한 skyrmion은 소멸된다는 것이 관측되었다. track에서 skyrmion이 전류에 의해 잘 움직인다는 것은 skyrmion device 개발에 있어 호재였으나, track의 가장자리에서 소멸한다는 것은 곧 정보의 손실을 의미하므로 악재였다.

Track에서 skyrmion이 움직일 때 일어나는 문제는 사실 이뿐만이 아니었다. 많은 이론, 실험 연구를 통해 밝혀진 대표적인 세 가지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1. Skyrmion Hall angle
    : skyrmion이 transverse하게 움직여 track의 가장자리에서 소멸하는 원인이 됨.
  2. Pinning
    : skyrmion의 움직임을 방해하거나 원치 않는 nucleation, annihilation 유발. 원인은 물질 불균일과 edge roughness.
  3. Edge에서 나오는 stray field
    : skyrmion을 밀어내고 skyrmion size를 줄이는 작용을 해서 skyrmion 집적도를 줄임.
이후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이 skyrmion 연구 분야에서 중요한 문제가 되었다. 최근까지 이에 대한 수많은 해결책들이 제시되었는데, ferrimagnet을 사용하여 skyrmion Hall effect를 억제하거나, 국소적인 자성 물질값 조절을 통한 potential well을 만들어서 skyrmion을 guiding할 수 있는 인위적인 track을 만들거나, domain wall을 이용하여 skyrmion을 guiding하는 등이다.

이러한 skyrmion을 track에서 안정적으로 수송하기 위한 방법들 중 이 논문이 집중한 것은 PMA (자성체 박막 면에 수직한 방향으로 자화가 정렬되려는 경향성)를 바꾸는 방법이다. 2020년 내가 썼던 논문에서도 볼 수 있듯, 자성체 내에서 위치에 따라 PMA가 급격하게 바뀌는 ‘PMA step’이 존재하면, skyrmion은 그 step에 가로막혀 지나가지 못한다. 이를 이용하면 skyrmion이 실제 물리적인 track 대신 PMA step으로 이루어진 'PMA track'을 만들어 줌으로써 가장자리 부분(물리적인 경계)에서 skyrmion이 소멸하는 현상 없이 안정적으로 skyrmion을 guiding할 수 있다. 이것을 에너지 관점에서 다시 말하면, 물리적인 track 내에 energy barrier (가상의 track)를 추가로 설치하여 skyrmion이 소멸되지 않고 이동하도록 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기존에 이론적으로 제시되었던 PMA step을 이용한 skyrmion guiding

그러면 국소적으로 자성체 박막의 PMA를 바꾸는 것은 어떻게 할까? 대표적으로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두께 방향으로 전기장을 주어서 PMA를 바꾸는 VCMA (Voltage Controlled Magnetic Anisotropy) 방법과, 샘플에 ion을 쏴 줘서 샘플을 약간 변성시키는 ion irradiation (이온 조사) 방법이다. VCMA를 이용하면 인가하는 전압을 조절함으로써 PMA를 실시간으로, 또 가역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ion irradiation을 이용하면 비교적 여러 물질에 범용적으로 사용할 수 있으며, beam focusing을 이용하면 ~10 nm 수준의 해상도로, mask를 이용해 대면적으로 공정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 논문에서는 두 번째 방법, He ion irradiation을 이용해서, 특정 지역의 PMA를 적절히 조절하고 이 지역에서 skyrmion이 움직일 수 있도록 하여 guiding을 구현했다. 즉, He ion을 뿌려서 skyrmion이 지나갈 수 있는 길을 낸 것이다.

먼저, He ion irradiation으로 물질값이 얼마나 바뀌는지를 조사했다. 일반적인 Pt/Co/MgO에 15keV의 He ion을 조사했는데, 그 fluence를 0에서 12x1014 cm-2까지 늘려 가며 MOKE hysteresis를 측정하자 coercivity가 감소하다가 in-plane sample로 변했다(Fig.1). 이 때 He ion의 fluence가 증가함에 따라 샘플의 Hk (anisotropy field)는 감소하며, DMI 계수는 감소하다가 증가함을 확인했다.

그 다음, 적절한 fluence를 채택하여 150 nm 폭을 갖는 직선 모양 영역에 He ion을 조사했다. 그리고 여기에 적절한 수직 자기장을 인가하며 MFM으로 magnetic domain을 측정하자, 낮은 자기장에서는 미로 모양 stripe domain들이 보이다가 수직 자기장이 증가하자 이 stripe들이 끊어지면서 알갱이 형태의 skyrmion이 생겨났다(Fig.2). 이 때 He ion을 조사하지 않은 영역의 Hk는 72 mT, He ion을 조사한 영역의 Hk는 7 mT로 측정되었다(Table 1). 이 때 수직 자기장을 키울수록 skyrmion의 지름은 작아지며, He ion의 fluence를 크게 할수록 skyrmion의 지름은 커졌다(Fig. 3). 이러한 stripe domain들이 skyrmion으로 바뀌는 과정을 mumax3를 이용한 micromagnetic simulation으로 모사해 같은 결과가 나옴을 확인했다.


논문의 Fig. 2. 수직 자기장을 조절하여 stripe domain을 skyrmion으로 바꾼다.

Skyrmion이 He ion으로 만든 track에 생성되는 것을 확인했으니, 전류를 흘려주어 skyrmion을 이동시켜 보았다. 6.6x1011 A/m2의 전류밀도, 11 ns width의 전류 pulse를 인가하자, skyrmion이 track을 따라서 이동했다. 전류 방향과 나란한 방향(0도)으로 만들어진 track에서는 skyrmion 속도가 35 m/s, 전류 방향과 22.5도의 각도를 갖고 만들어진 track에서는 60 m/s로 측정되었다(Fig. 4).


논문의 Fig. 4. 11 ns 전류 펄스를 주었더니 skyrmion이 PMA track을 따라 움직였다.

나아가 micromagnetic simulation과 Thiele equation을 이용해 PMA track에서 skyrmion motion을 이론적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track에 guiding되어 skyrmion이 움직일 때는 그렇지 않을 때에 비해 속도가 더 빨라지는 것으로 드러났는데, 특히 track의 방향과 전류 방향이 이루는 각도의 cos값에 비례하여 속도가 결정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자성체의 damping constant가 작을수록 skyrmion의 속도가 빠르고, PMA track의 energy barrier height가 높을수록 skyrmion이 안정적으로 이동할 수 있는 최대 속도가 높아진다는 결과를 얻었다.

이 논문은 기존에 이론적으로 제시되었던 PMA 조절을 통한 skyrmion guiding을 실험적으로 구현했다는 점에서 상당한 가치가 있다. 그러나, 관련 연구의 연구자 입장에서 이 논문에는 몇 가지 아쉬운 점들이 있다. 첫째, 흘려 준 전류밀도에 따른 skyrmion의 속도(skyrmion velocity-current density) 관계를 보여주지 않았다. 이 관계는 skyrmion의 거동에서 매우 중요한 특성이나, 이 논문에서는 이를 simulation으로만 구하고 실험적으로는 구하지 않았다는 점이 크게 아쉽다. 둘째, skyrmion이 전류에 의해 얼마나 잘 움직이는가(pinning 효과)에 대한 정보가 제시되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자성체 박막에 skyrmion을 생성하면 곳곳에 random하게 분포하는 pinning site들에 의해 skyrmion이 갇혀서 잘 움직이지 않는 경우가 아주 흔하다. 그럴 경우 skyrmion의 current-driven motion을 이용한 device를 만드는 데에 매우 불리한 상황이 된다. 만약 논문에서 실험한 system 또한 skyrmion이 거의 움직이지 않는 system이라면, 논문에서 측정한 skyrmion의 속도 데이터(35 m/s, 60 m/s)의 신뢰성마저 크게 의심해볼 수 있다. 셋째, 논문의 시뮬레이션이 실험을 충분히 대변하지 못한다. 이 논문의 실험 파트에서 사용한 전류밀도는 6.6x1011 A/m2로, 이는 시뮬레이션 파트에서 사용한 전류 밀도 6.6x1010 A/m2의 10배나 된다. 또한, 실험 데이터에서는 전류 펄스를 주기 전과 후의 이미지 데이터만 존재할 뿐, 시뮬레이션 데이터와 같이 연속적인 거동이 보여지지 않았다(아주 비판적인 누군가는 논문에서 제시한 이미지 데이터가 skyrmion이 전류에 의해 움직였음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skyrmion이 전류 펄스에 의해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난 것이 아닌지 의심할 수도 있다). Skyrmion이 track을 따라서 연속적으로 움직이는 동영상 데이터가 있다면 이러한 의문점들을 모두 해결할 수 있겠으나, 이 논문에서는 제시되지 않았다.

정리하자면, 이 논문은 He 이온 조사를 통해 국소적으로 자성체 박막의 PMA (수직자기이방성)를 낮추고, 그 바뀐 부분에 magnetic skyrmion을 생성시킨 후 전류로 이동시킴으로써 skyrmion guiding을 구현한 것에 대한 논문이다. 기존에 이론적으로 제시되었던 아이디어를 실험적으로 구현했다는 점에서 주목할만 한 논문이나, 필수적인 데이터가 누락되는 등 아쉬운 점 또한 많다. 논문에서 구현한 PMA track을 이용하면 자성체 내부에 안정적인 skyrmion path를 지정해 줄 수 있기 때문에 그 활용 가능성은 매우 크다. 만약 이 기술을 이용해 특별한 소자를 만든다면 꽤 impact 있는 연구가 될 지도 모르겠다.


작성 송무준
E-mail : moojune@kaist.ac.kr

참석자(ZOOM seminar): 박민규, 원운재, 박재현, 이택현, 김현규, 박지호, 이근희, 유무진, 송무준, 양지석


DOI:
https://doi.org/10.1021/acs.nanolett.1c001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