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inar/Article  Journal club

 

급속 냉각을 통한 고체 내 준입자의 보즈-아인슈타인 응축

Bose-Einstein Condensation of quasi-particle by rapid cooling


양자역학을 통해 다체 문제 (Many-Body Problem)를 접하게 되면 고전역학과 특이하게 다른 점을 만나게 되는데, 그것은 바로 구분 불가능성 (indistinguishability) 이다. 가장 간단한 다체 문제는 2개의 객체가 있는 시스템을 생각하는 것인데, 고전적인 입자는 (원리적으로) 처음 운동량, 위치, 시스템의 퍼텐셜 정보를 알면 각 입자의 운동 정보를 알 수 있다. 그래서 특정 시간 이후에 시스템을 관측했을 때, 초기 조건으로부터 두 입자들을 구분할 수 있다 (심지어 운동 정보가 아닌 다른 모든 것이 같은 입자라고 할지라도 말이다). 하지만 파동함수를 따라 확률적으로 분포하는 양자적인 입자일 경우, 특정 시간 이후 시스템을 관측했을 때 운동 정보로부터 두 입자를 구분할 수 없다. 관측 시 위치, 운동량 등이 확률적으로 정해지기 때문이다. (아래 그림 참조)



두 입자를 구분할 수 없기 때문에, 두 입자의 시스템을 설명하는 확률분포는 두 입자의 교환 (exchange)에 대해 불변이여야 한다. 즉 (파동함수 (wavefunction)의 언어로)



를 만족해야한다. 이 때 2가지 가능성이 생기는데, ψ( ⃗x_1, ⃗x_2 )=±ψ( ⃗x_2, ⃗x_1 ) 을 만족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phase factor인 exp(iφ) 를 생각할 수도 있는데, 3차원에서는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다(고 알고 있다). 관심있는 사람은 ‘anyon’ 에 대해 공부해 보자.) 따라서 양자적인 입자는 2가지 종류가 있는데, 교환시 +부호를 앞에 붙이는 입자를 보존 (boson), 교환시 –부호를 앞에 붙이는 입자를 페르미온 (fermion) 이라고 부른다.

위의 교환 성질로부터 두 입자는 전혀 다른 특성을 가지게 되는데, 페르미온은 다른 입자가 같은 상태가 되는 것을 싫어하고, 보존은 다른 입자가 같은 상태를 가지는 것을 선호한다. 이러한 특성은 시스템의 온도가 낮아지거나 밀도가 클수록 더욱 두드러지는데, 페르미온은 파울리 베타 원리 (Pauli Exclusion Principle)를 따르게 되고, 보존은 보즈-아인슈타인 응축 (Bose-Einstein Condensation) 이라는 새로운 상 (phase)을 갖게 된다.

모든 입자가 한가지 상태를 갖는 것을 좋아하는 보존의 특성상, 보즈-아인슈타인 응축이 일어나게 되면 ‘바닥 상태 (Ground State)’ 라고 불리는 상태에 모든 입자들이 몰리게 되는데, 이 한가지 상태에 몰려있는 입자의 수가 다른 상태에 있는 입자의 수와 거의 비교 가능한 수준 (~1023 개) 으로 많아진다. 이러한 바닥 상태 선호를 측정하면 보즈-아인슈타인 응축을 측정했다고 할 수 있다. (사실은 좀 더 확인해야 할 것이 있지만, 지금은 넘어가도록 하자)

스핀트로닉스 분야에서 관심이 있는 보존은 자성체 내부에 생성이 될 수 있는 마그논 (magnon) 이다. 강자성체 내부의 마그논 역시 보즈-아인슈타인 응축이 될 수 있음이 꽤 오래전에 증명이 되었다. [1] 보통 마그논의 보즈-아인슈타인 응축을 측정할 때에는 마그논과 같은 에너지를 가지는 마이크로파를 넣어 마그논의 밀도를 증폭시키는데, 이 논문에서는 다른 방법을 통해 보즈-아인슈타인 응축을 만들어 냈다. 그 방법이 바로 급속 냉각 (rapid cooling)이다. 어떻게 이것이 보즈-아인슈타인 응축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특정 온도에서 마그논의 밀도는 열역학적으로 정해진다. 이렇게 마그논의 밀도가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갑자기 온도가 낮아지게 되면 낮아진 온도에 대해 마그논의 밀도가 상대적으로 높아질 수 있는데, 이때 보즈-아인슈타인 응축이 일어날 수 있다. 자세한 메커니즘을 쓰면 너무 길어져서, 논문을 참고하면 좋겠다.

주목할만한 점은 이 급속 냉각법으로 마그논의 보즈-아인슈타인 응축만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고체 속에는 많은 준입자 (quasi-particle) 들이 있는데, 위 문단의 논리가 비단 마그논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준입자에도 적용이 된다. 저자들은 단지 마그논의 보즈-아인슈타인 응축만을 측정하였지만, 다른 준입자에도 같은 원리로 적용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말 같은 원리로 다른 준입자의 보즈-아인슈타인 응축을 관측할 수 있을까? 이를 통해 아직까지 보즈-아인슈타인 응축을 관측하지 못한 준입자의 보즈-아인슈타인 응축을 관측한다면 재미있는 실험이 될 것이다.



[1] S. O. Demokritov, et al., Nature 443, 430 (2006)


작성 이근희
E-mail : ghlee0001@kaist.ac.kr

참석자(ZOOM seminar): 박민규, 박재현, 강준호, 이택현, 김현규, 이근희, 송무준, 양지석, 지유빈, 고산


DOI:
https://doi.org/10.1038/s41565-020-0671-z